분신신공을 보여줘야하는데…”
10일 국회 사진기자실에 출근하며 모 신문사 기자가 한 말이다. 4ㆍ13 총선결과로 만들어진 3당 체제는 기자들에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 기자의 말은 이날 취재일정 때문이다.
3당이 되면서 오전 일정은 겹치는 경우가 잦다. 이날은 오전 10시에 3당 일정이 겹쳤다. 새누리당은 이 시간에 국회 본관 246호실에서 ‘초선의원 연찬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시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초선 당선자 워크숍’을 했다. 국민의당은 이 시간에 ‘의원총회 및 제3차 집중 워크숍’을 개최했다.
기자가 말한 ‘분신신공’은 조어(造語)다. ‘분신(分身)’을 사전에서 찾으면 ‘하나의 주체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다. 서유기의 손오공이 위급한 순간일 때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 입으로 훅 불면 손오공의 분신들이 나와서 적들과 싸운다. ‘신공’은 무협지에서 흔히 등장하는 표현으로 엄청난 위력의 무공을 지칭할 때 쓰인다.
3당의 같은 시간 일정을 한 사람이 하려면 분신 신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3당 체제라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기자들은 어디에 많이 갔을까? 이날 취재기자들의 숫자로 당세(黨勢)를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새누리당의 초선의원 연찬회에 취재나온 기자들은 모두 80여 명이었다.
같은시간 더불어민주당의 ‘초선당선자 워크숍’에는 취재기자 50여명, 사진ㆍTV 카메라 기자 50여명 등 100여명의 기자들이 취재에 나섰다.
이날 국민의당 ‘의원총회 및 제3차 집중 워크숍’ 이 열린 장소는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이었다. 이 곳은 국회본관을 나와 5분여를 숨가쁘게 달려가야하는 곳이다. 분신신공이 필요한 이유다. 국민의당 취재에 나선 기자는 이날 70여 명 이었다. 국민의당 취재에 나선 기자가 새누리당 취재기자들과 비슷했다.
국민의당의 세(勢)가 이날 3당의 겹친 일정으로 확인됐다.
조문규ㆍ강정현 기자 chom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