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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이상민 “문제 알고도 법 통과…20대 국회 열리면 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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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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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남은 기간은 4개월여다.

“민간이 포함된 건 형평성에 문제
취지대로 고위 공직자 초점 맞춰야”
국회의원·시민단체 빠진 것도 논란
새누리·국민의당 “헌재 결정 봐야”
더민주는 “일단 시행한 뒤 보완을”

국민권익위원회가 9일 발표한 시행령은 공직자·교직원·언론인 등이 3만원이 넘는 음식을 대접받거나 5만원이 넘는 선물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내용이 최종 확정된 건 아니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시행령 내용의) 변경은 가능하다”며 “입법예고 기간에 관계부처의 의견을 조회하고 직역단체·시민단체 등의 이견도 표출되면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다시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권익위가 당초 예상보다 시행령을 늦게 입법예고하는 등 고민이 깊어 보이는 것은 김영란법이 안고 있는 위헌 소지 때문이란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직자로 한정했던 법 적용 대상을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종사자 등으로 확대해 민간 영역을 침해한다는 등의 주장이 힘을 얻는 기류가 있어서다. 반면 법을 만든 국회의원이나 시민단체 등은 대상에서 빠지면서 형평성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9월 전 결론을 내린다는 목표로 이에 대한 위헌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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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새누리당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김영란법을 통과시킨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조심스러웠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현재 김종태 의원이 발의한 개정법률안이 정무위에 제출돼 있다”며 “법의 문제점에 대한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개정 등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을 대통령과 정부가 경제적 부담 등의 이유를 들어 바꾸기는 어렵다”며 “헌법재판소가 빨리 심판을 내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부패 방지와 부정 척결은 국민과의 약속으로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영란법 통과를 주도한 더민주 김기식 정무위 간사는 “논란이 있지만 법률안을 시행하기도 전에 개정한다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다”며 “법을 시행한 뒤 보완입법을 거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출신으로 20대 총선에서 낙천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법사위원장인 더민주 이상민 의원은 “문제를 알면서도 여론에 떠밀려 법안을 통과시켜 놓고 헌재 결정만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19대 임기 내라도 개정을 시도해보고, 그게 어렵다면 나부터 20대 국회 개원 직후 개정안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어버이연합 등 공적 책임이 있는 시민단체는 빠지고 민간이 포함되는 등 형평성에 문제가 많다”며 “개정안에는 원래 취지인 고위 공직자의 비리에만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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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보수 시민단체인 어버이연합에 대한 전경련의 후원 의혹이 법 개정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범계 더민주 ‘어버이연합 의혹 진상조사 TF’ 간사는 ‘김영란법은 시민단체에는 적용이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해 “모법(母法)을 당장 건드리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적합한 운용 방식은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은 “원칙에 맞게 시행령이 제정되길 기대한다”며 “헌재의 판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김영란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 때 찬성토론자로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안 대표의 입장은 당론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문제 제기를 하면 (개정 등의) 논의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10일부터 당론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강태화·현일훈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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