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슈추적] 정진석 “여야 본회의장 섞어 앉자” 제안…우상호 “추후 논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9일 “국회의 상징 무대인 본회의장의 (좌석)배치를 여야가 나뉘어 격돌하는 구조로 가지 말고 섞어서 앉자”고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는 “소통과 대화가 바로 옆에서 되게 하자”며 이같이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다선(多選)이 뒷자리에 앉는 관행도 바꿔보자”고 덧붙였다. 미 의회는 다선일수록 앞자리에 앉는다.

정 “여야, 바로 옆에서 소통해야”
박지원은 “당 모여 앉아야” 부정적
기존은 중앙 1당, 의장 우측에 2당
스웨덴·노르웨이는 지역별 배분
영국선 따로 앉지만 지정석 없어

20대 국회의 임기는 30일 시작된다. 정 원내대표의 제안은 빛을 볼 수 있을까.

국회법(제3조)에는 의석 배치와 관련해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이를 정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통상 여야 지도부가 결정권을 갖고 있어 자리 재배치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기사 이미지

다만 관례적으로 국회의장을 바라보면서 다수당인 제1교섭단체는 중앙에, 오른쪽은 제2교섭단체, 왼쪽은 제3교섭단체와 군소정당, 무소속 의원이 자리한다. 정당별로 몰려 앉는 일종의 ‘전투형’ 배치다. 총선 당선자 수대로라면 1당인 더민주(123석)는 중앙, 새누리당(122석)은 오른쪽, 국민의당(38석)·정의당(6석)은 왼쪽에 자리하게 된다. 원내지도부와 다선 의원은 보통 뒤편에 앉는다.

기사 이미지

정 원내대표는 국회 사무처와 운영위원회에 미리 3당체제, 여소야대 아래서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질의했다고 한다. 의사국이 검토해 보고한 본회의장 자리 재배치 방안은 ▶상임위원회별 ▶선수(選數)별 ▶지역별 배치 또는 ▶정당별로 앉되 여러 구역으로 나눠 배치하는 방법 등이라고 한다. 장대섭 국회 의사국장은 “전자식 표결 때문에 어떤 형식이든 고정석으로 정해진다면 의사진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측은 부정적이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좋은 아이디어인데 막상 하다 보면 새누리당 의원들을 통솔하기 어려워 후회하시게 될 것 같다”며 “긴급하게 의논할 것은 그때그때 의논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본회의장은 같은 당끼리 앉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추후 논의는 해 보겠다”고 여지를 뒀다.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도 “섞어 앉기 등의 시도는 높이 평가하지만 본회의장 자리 배치가 여야 불통의 본질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섞어 앉아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당끼리 서로 긴밀하게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수석부대표는 “10일 당 의원총회에서 공론화해 보겠다”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와 달리 의원들 사이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더민주 초선 당선자는 “정당별로 앉게 되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도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여야가 섞어 앉게 되면 소신투표 등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도 “정당 중심주의를 강조할지 상임위 중심주의를 강조할지,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의 차이”라면서 “상임위별로 앉으면 법안별로 여야 의원들이 의사 소통하기 좋다”고 말했다.

외국은 어떨까.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노르웨이 등은 지역별로 나눠 앉고 다선 의원들이 앞줄에 앉는다. 영국은 여야가 나눠 앉지만 지정석이 따로 없다. 벤치형 좌석이 의원 수보다 모자라 늦게 도착하면 서 있기도 한다. 미국도 상·하원에서 정당별로 지정석에 앉지만 다선이 앞쪽에 앉는다. 적어도 다선이 앞줄에 앉는 건 선진국형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2003년 당시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를 본회의장 앞자리에 배치하고, 의원들을 상임위별로 모여 앉게 했었다. 경희대 김민전(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미국 등 정치 선진국들은 선수가 올라갈수록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앞쪽에 앉는다”며 “한국은 그동안 의정활동이 아니라 당활동이 우선이다 보니 다선이 뒤쪽에 앉는 관행이 있었는데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유미·위문희·박가영 기자 yum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