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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0만 달러 밀반출, 초코파이 봉지 이용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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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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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외화 밀반출범 사무실에서 압수한 물품들. 초코파이 상자 등이 발견됐다. [사진 서울경찰청]

초코파이 봉지에 미국 달러화 지폐를 숨겨 총 1170만 달러(약 137억원)를 밀반출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은박으로 내부가 포장된 초코파이 봉지는 공항의 X선 수하물 검사에서 내용물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신종 범죄다.

은박 포장 공항 X선 검사 안 걸려
필리핀 보내 수수료 챙긴 일당 적발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한 뒤 이를 필리핀으로 빼돌린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필리핀 국적의 총책 A씨(40)와 운반책 B씨(32) 등 2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필리핀 국적의 모집책 C씨(39)와 한국인 환전업자 권모(57·여)씨는 공범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필리핀으로 빼돌린 달러화는 대부분 국내 이주 노동자들의 월급이었다. 2009년부터 매달 평균 2억원 상당의 달러를 반출했다. 불법 체류자 신분인 이주 노동자들은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본국으로 송금할 수 없다.

이들은 초코파이 봉지 1개에 100달러짜리 지폐를 최대 30장까지 넣어 밀봉한 뒤 화물로 위장하거나 운반책 B씨가 직접 들고 필리핀까지 갔다고 한다. 총책 A씨는 송금 수수료에 위험 수수료까지 붙여 매달 300만~400만원의 이득을 챙겼다. 경찰 조사에서 A씨 또한 불법 체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1996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입국한 뒤 줄곧 타인 명의의 외국인 등록증과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경찰의 추적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지시를 받은 운반책 B씨는 필리핀까지 달러를 운반하는 대가로 1회에 30만원을 받았고, 모집책 C씨는 불법 송금 영업을 펼치며 한 건당 5000원을 챙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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