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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0㎞ 거리 한국·호주 학생, 디지털 교실 서 함께 공부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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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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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대구시 북구 학정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에서 ‘글로벌 버디와 자기 소개하기’를 주제로 수업이 진행됐다. 학정초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외곽의 레이크 사우스 모랑(The Lakes South Morang) 초교 5·6학년 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9일 오후 1시10분 대구시 북구 학정초교 6학년 1반 교실. 얇은 티셔츠나 반소매를 챙겨입은 초등학생 24명이 5교시 수업을 위해 교실에 앉았다. 정지영(33·여) 교사가 교실 왼편에 설치된 50인치 스크린 2대를 켰다.

대구 19개, 빅토리아주 21개 학교
웹캠·스크린 이용 화상 공동수업
사회·과학·문화 등 12월까지 진행
“성과 좋으면 다른 국가로 확대”

“12월까지 같이 공부할 호주 친구들에게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입니다.”

스크린엔 파란눈과 금발, 피부색이 다른 또래 초등학생 20명이 있었다.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외곽에 있는 레이크 사우스 모랑(The Lakes South Morang) 초교 5·6학년 아이들이다. 학정초 아이들이 먼저 “Hi~buddy(안녕~친구)”라고 인사했다. 호주 아이들도 “Nice to meet you(만나서 반가워)”라고 답했다. 마이크와 웹캠, 스크린으로 한국 교실과 호주 교실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연결한 것이다.

잭슨(Jackson Barbara·12)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소개를 했다. 사진찍기와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했다. 장가현(12)양이 이를 받아 “I’m Ga Hyeon(나는 가현이야)”이라고 인사하고 책읽기가 취미라고 했다.

호주 아이들 상당수는 긴 팔 티셔츠나 점퍼를 입고 있었다. 한국이 봄이면 호주는 가을, 여름이면 겨울이어서다. 40분간의 수업이 끝나갈 때쯤 학정초 교실 시계는 1시50분을, 호주 시계는 2시50분을 지나고 있었다. 호주 측 책임 교사 로라(Laura Meney·여)는 “오늘 수업을 시작으로 12월까지 6번 이상 학정초와 화상 수업을 하게 된다”고 학생들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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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8300㎞. 한 시간 시차까지 있는 한국과 호주 학생들이 ‘디지털’로 같은 교실에서 함께 공부한다. 정보기술(IT)을 이용한 화상 수업을 통해서다. 외국 학교와 정규 수업시간에 1대1로 매칭해 진행하는 화상 수업 시스템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에 있다.

대구시 동구 율금초, 남구 대구중 등 대구 19개 초·중학교는 이날 학정초 수업을 시작으로 12월까지 호주 빅토리아주에 있는 21개 초·중학교와 각각 4시간 이상 함께 수업한다. 사회·과학·문화 등을 공부한다. 한국과 호주의 역사를 서로 발표해 배우고 계절의 다름, 음식 등을 비교하며 익힌다. 수업 후 학생들은 팀을 꾸려 발표를 하고 과제를 제출한다. 서정하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화상 수업 태도 등은 국어·수학 수업처럼 모두 수행 평가 대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화상 수업은 지난해 5월 처음 기획됐다. 영어권에다 시차가 거의 없는 호주가 적합하다고 봤다. 마침 호주 빅토리아주 교육청도 외국 문화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방법을 찾고 있었다. 뜻이 맞은 대구시교육청과 빅토리아주 교육청은 양해각서(MOU)를 맺고 파일럿(시범) 수업을 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까지 대구 6개 초교와 호주 7개 초교가 시범 수업을 진행했다. 달서구 감천초 아이들이 탈춤과 태권도를 호주의 초등학생에게 보여주면 호주 아이들이 이를 보고 따라했다. 코알라 춤을 호주 아이들이 보여주면 감천초 아이들이 똑같이 췄다. 같은 교실에 한국과 호주 아이들이 함께 있는 것처럼 수업은 자연스러웠다.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초 시범 수업 만족도 조사를 했다. 정규 교육 과정으로 확대 운영하기 적합한지 따져본 것이다. 설문대상 146명 중 130명이 “호주를 재밌고 쉽게 배울 수 있었다.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수성구 지산초 6학년 학부모들은 “글로벌 화상 수업을 계속 해달라”고 교장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성과·가능성을 살펴보고 고등학교로, 중국 등 다른 국가로 화상 수업 대상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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