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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카드결제, 생보업계는 여전히 사각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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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9일 KB국민카드는 KB손해보험과 손잡고 ‘KB국민 매직카 올림카드’를 출시했다.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면 결제금액의 10%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제휴 상품이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말 동부화재와 모바일 플랫폼 동맹을 체결했다. 앱카드인 ‘판페이’를 통해 동부화재의 여행자보험을 간편하게 가입하고 결제하게 될 예정이다.

올 1~2월 결제 비중 3%도 안 돼
카드 사용실적 없는 회사도 8곳

카드사와 보험사의 제휴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포인트 적립 등 각종혜택이 있어 고객에겐 유리하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 결제시 최대 3만원까지 할인되는 특화카드를 각 사가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생명보험업계는 여전히 카드 결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납입된 보험료(2회차 이상) 중 신용카드로 결제된 비중은 2.9%에 그쳤다. 이 비중은 수년 째 제자리다. 25개 생보사 중 카드 결제금액이 아예 0이거나 거의 없는 곳도 8개사(한화·교보·ING·푸르덴셜·알리안츠·IBK연금·PCA·교보라이프플래닛)였다. 카드 가맹점 계약을 아예 맺지 않은 경우다. 카드를 받지 않는 생보사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KDB생명은 지난달 삼성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와의 가맹 계약을 해지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에서 높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신규 고객에 대한 카드 결제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대 초반이다.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2%대 수수료율은 너무 높다는 게 생보업계의 주장이다. 지난해 25개 생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평균 4.0%로 통계가 작성된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만기가 1년인 손보사의 자동차보험과 달리 생보사 상품은 납입기간이 장기라는 점도 카드 수수료 부담이 큰 이유다.

카드 결제가 되는 생보사도 여러 가지 제한을 두고 있다. 삼성생명은 만기환급금이 없는 순수보장성 상품에 한해 카드를 받는다. 그 결과 전체 보험료 중 카드로 내는 금액은 0.002%에 불과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은행 예금을 카드로 납부하지 않듯이 저축성 보험을 외상이나 마찬가지인 카드로 내는 건 저축의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 입장에서도 자동이체 할인(보통 1%)을 받을 수 있는 은행 자동이체가 더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생명은 생보업계에선 드물게 온·오프라인 전 상품에서 카드사 제한 없이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다만 정기 이체는 되지 않고 고객이 매달 신청해야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객의 편의성을 위해 신용카드 결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면서도 “가맹점 수수료가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마다 제각각인 카드결제 방법과 상품 종류를 7월부터 각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토록 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에 카드 납입을 강제할 순 없다”며 “다만 소비자가 보험을 선택할 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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