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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임대 10집 중 4집이 월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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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전세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셋집의 월세 전환에 가속도가 붙어서다. 19세기 말 생겨나 100년 넘게 세계에서 드물게 유지돼온 전세제도의 운명이 다해가고 있는 셈이다. 본지의 전수조사에서 2012년 2월 전·월세 계약에서 차지하는 월세의 비중은 전국적으로 22.5%였다. 다섯 집 중 한 집꼴로 월세였다. 올 2월 월세 비율은 39.1%로 다섯 집 중 두 집으로 늘었다. 서울은 같은 기간 15.7%에서 38%로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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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인 준전세가 크게 늘면서 월세화를 재촉하고 있다. 준전세는 보증금 금액이 많은 보증부 월세다. 전·월세에서 차지하는 준전세 계약이 전국적으로 2012년 5.0%에서 올 2월 13.5%로 늘었다. 전셋값 상승률보다 상승 금액이 큰 강남권과 중대형에서 준전세 계약비율이 높다.

전세 줄지만 보증금은 500조
“당분간 준전세 중심 될 것”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 채미옥 원장은 “집주인은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원하고 세입자도 비싼 전셋값 부담을 줄이려 하다 보니 준전세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되는 전·월세 전환율이 전세대출 금리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많이 내린 점도 준전세 수요를 늘렸다.

본지가 서울시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4~2015년 2년간 전셋집 4만2776가구가 보증금이 있는 월세로 바뀌었다. 2012~2013년 전세 계약된 52만여 가구의 8%에 해당한다. 전국적으로는 한 해 5만여 가구의 전셋집이 월세로 전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월세가 크게 늘어 올해 전국적으로 자가 등을 포함한 전체 4가구 중 한 가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의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월세 가구가 2012년 전세(380여만 가구)에 육박한 370여만 가구였다가 2014년 전세(350여만 가구)를 추월한 410여만 가구(23.2%)로 증가했다. 올해는 월세가 450만 가구 정도로 늘어 전체 가구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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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세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적으로 450조~500조원으로 예상되는 전세보증금에 발목 잡혀서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원장은 “장기적으로는 월세로 가겠지만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준전세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가·전세·월세 가운데 전세의 주거비가 가장 저렴해 전세를 고집하는 수요가 아직 많이 남아 있기도 하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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