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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돈 받고 옥시 실험 조작한 교수 영구 퇴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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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대 조모 교수가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로부터 금품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 실험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됐다. 수뢰 후 부정처사· 사기· 증거조작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조 교수가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실험 중 ‘임신한 어미 쥐 15마리 중 13마리의 배 속에서 새끼가 사망했다’는 옥시 측에 불리한 결과를 은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연구자가 진실규명은커녕 왜곡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옥시 측은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 손상 질환의 위험 요소”라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해성을 인정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와 호서대에 자사 제품의 독성실험 연구를 각각 발주했다. 옥시는 여기서 나온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자사 제품이 무해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처럼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규명은 143명이 억울하게 숨진 이번 사건의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을 위해선 필수적이다. 이런 중요한 실험 결과를 금품을 받고 조작했다면 과학자로서 자격이 없다.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관계자들을 대학에서는 물론 학계에서 영구 퇴출해야 마땅하다. 가족을 잃은 희생자들에게 두 번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연구자는 과학기술계에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과학기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동안 그나마 합리성·객관성·정직성을 인정받아온 과학자들이 돈을 받고 진실을 왜곡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사회적 신뢰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는 물론 한국의 과학기술계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걸맞은 연구윤리 강화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연구의 진실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거나 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그 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과학은 사회적 가치를 확보하지 못한다. 당장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일벌백계,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