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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모르는 개 품종, AI는 사진만 봐도 족집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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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트메이슨 센터에서 열린 페이스북 연례 개발자 회의의 한 장면. 소설 『반지의 제왕』 요약본을 읽은 컴퓨터에게 “반지는 어디에 있나?”란 질문을 던지자 컴퓨터는 1초도 안돼 “운명의 산. 프로도가 반지를 거기에 떨어뜨렸어요.”라고 답을 냈다.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리서치(FAIR) 그룹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자연어 처리 기술을 시연하는 자리였다.

교묘한 분식회계 물샐 틈 없이 적발
배우 사진 보고 누군지 설명도 붙여
터널 사고 자동감지 시스템도 나와

FAIR 그룹은 이날 사진·영상에 나온 개의 품종을 맞히는 기술도 선보였다. ‘세틀랜드 시프도그’, ‘보더 콜리’ 등 보통 사람은 잘 모르는 개들을 척척 알아맞혔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두가지 기술을 결합하면 AI가 사진·영상을 알아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8일 정보기술(IT) 업계와 CNN·아사히신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세돌-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후 AI의 진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제조·서비스·의료·공공 등 산업 전반에 AI가 활용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사용자가 사진을 올리면 자동으로 간단한 설명을 달아주는 ‘캡션봇’을 공개했다. 예컨대 송중기가 군복을 입은 사진에 대해선 “유니폼을 입은 청년으로, 송중기라고 99% 확신한다”라고 설명한다. 인물의 이름 뿐 아니라 이미지의 구도·배경·상황 등을 파악해 그에 맞는 설명을 붙인다. 사용자들이 캡션봇의 설명에 점수를 매기면 AI는 이를 분석하고 학습해 정확도를 더 높여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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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생활 속으로 급속히 들어오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의 한 휴대전화 매장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페퍼’가 고객을 맞이하고 상품을 안내한다. [사진 각 사]

일본의 PwC아라타 감사법인은 기업 회계장부를 분석해 분식 회계를 찾아내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장부의 수치는 물론, 입력자와 시간까지 AI가 분석해 인간의 교묘한 거짓을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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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학기술대 연구팀이 개발한 경험교류 로봇 쟈쟈(왼쪽)을 본 여성이 신기해하며 휴대전화로 쟈쟈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 각 사]

중국 저장성 중국과학기술대 연구팀은 아름다운 여성의 외모를 지닌 지능형 대화 로봇 ‘쟈쟈(佳佳)’를 공개했다. 공개행사에서 쟈쟈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이에 어울리는 표정·동작을 취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연구팀은 “최초의 경험교류(interactive experience) 로봇으로, 경험을 축적할수록 더욱 더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이 자연스러워진다”고 설명했다.

알파고로 AI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한 구글의 경우 아예 ‘AI퍼스트’를 외쳤다. 순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주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신에서 “미래에 (컴퓨터 같은) 디바이스는 사라지고, 대신 AI가 하루 종일 사람들을 돕는 시대가 온다”며 “우리는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로 이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도 AI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샤오미의 공동 창업자이자 부사장인 웡콩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의자가 사람을 파악해 사람이 가장 편하게 앉도록 스스로 최적화할 수 있다”며 “우리 AI 기술이 모든 곳에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둑대결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관련 기술은 글로벌 선두 기업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높아진 관심을 바탕으로 민간 기업들이 실제 산업에 응용하는 사례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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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에스원이 선보인 AI를 장착한 지능형 CCTV.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를 파악해 관리자에게 알려준다. [사진 각 사]

에스원은 터널·교량 내 화재·사고는 물론 보행자가 머물거나, 차량에서 화물이 떨어진 위험상황을 AI가 감지해 알려주는 ‘터널 유고 시스템’을 선보였다. 폐쇄회로(CC)TV를 AI와 결합시켜 작업장의 안전을 챙기는 지능형 관리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CCTV가 실시간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안전모·방독면을 미착용한 근로자가 있거나 작업 중 쓰러진 근로자가 있으면 이를 파악해 관리자에게 알려준다.

에스원 육현표 대표는 “이제 AI는 생활 속의 기술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며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4차 산업혁명’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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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의 자산관리 서비스도 AI를 장착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한국투자로보랩’, 유안타증권의 홈트레이딩 시스템(HTS) 등은 AI의 분석을 토대로 투자를 조언하고, 적절한 매매 타이밍을 제시한다.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AI 로봇의 상용화를 준비중이다. KT의 ‘오토’와 LG유플러스의 ‘지보’는 사람의 명령을 학습해 조명·온도 등을 제어한다. SK텔레콤은 ‘비미’라는 지능형 개인비서를 개발해 여러 기기에 접목시킬 계획이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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