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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화요일] 맛있는 기술, 푸드테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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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를 통해 음식을 ‘출력’하는 것도 푸드테크 분야 중 하나다. 디저트부터 고기까지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음식도 다양하다. [뉴시스]

 미국의 햄튼크릭푸드는 비욘드에그(Beyond Egg)로 만든 마요네즈를 판매하고 있다. 비욘도에그는 달걀과 똑같은 맛과 향을 가졌지만 단백질 덩어리인 달걀과 달리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인공 계란 파우더다. 이 회사가 만든 식물성 마요네즈는 주요 판매점에서 일반 마요네즈 제품과 나란히 진열돼 팔리고 있다. 비욘드에그로 만든 쿠키나 머핀도 인기다. 햄튼크릭은 달걀 대체재 생산 회사로 주목받으면서 비욘드에그를 3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A: 오늘 불고기 당긴다
B: 냉장고에 고기가 없어
A: 3D 프린터로 뽑지 뭐

가축 근육세포 배양한 점액질 원액
3D 프린터에 넣어 고기 조각 출력
아몬드·마카다미아로 치즈 만들고
귀뚜라미 단백질로 에너지바 제조

 푸드테크(Food-Tech)가 뜨고 있다. 통상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먹거리 생산 또는 유통 산업을 푸드테크라고 하지만 비욘드에그처럼 과학기술을 응용해 차세대 먹거리를 개발하는 분야도 대표적인 푸드테크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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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성 인조 고기를 만드는 임파서블푸드와 비욘드미트도 주목받고 있다. 임파서블푸드는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해 고기 맛이 나는 패티와 인공 치즈를 개발했고, 이를 이용해 식물성 치즈 햄버거를 만들어 파는 회사다. 인공 치즈는 아몬드와 마카다미아 등으로 제조한다. 이 회사가 만든 패티는 맛·향·색·식감은 물론 영양 성분까지 진짜 고기로 만든 패티와 같다. 하지만 포화지방이나 트랜스지방 등 몸에 나쁜 성분은 없다. 이 업체는 내년에 이런 가짜 고기를 제품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가짜 등심·안심이 나오는 것이다.

 콩 단백질을 이용해 인공 쇠고기나 닭고기를 만드는 비욘드미트는 2013년부터 미국의 유기농 전문 대형 식품체인점인 홀푸드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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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고기 등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고, 농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도 진화 중이다.

 미국의 엑소는 귀뚜라미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원료로 에너지바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영화 ‘설국열차’의 곤충으로 만든 단백질 블록이 현실화한 것이다. 세계 식용곤충산업 규모는 2007년 11조원에서 2020년 38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3D 푸드 프린터를 이용해 고기를 ‘출력’하는 기업도 있다. 모던메도라는 회사는 가축의 근육세포를 배양해 점액질 상태로 만들고 이를 3D 푸드 프린터에 넣어 고기 조각을 출력한다.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진흥원·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테크플러스 2015’ 지식콘서트에서 미국의 루이스 로드리게스는 자신이 개발한 3D 푸드 프린터를 이용해 디저트 등의 음식을 만들었다. 콩 등을 원료로 정교한 탑 모양의 디저트를 만들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앞으로 레스토랑 등에서도 3D 프린터를 사용한 음식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푸드테크 기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향후 40년이면 지구의 식량 자원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푸드테크를 유망 업종으로 부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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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이 만든 투자회사인 구글벤처스는 최근 미국 파머스비즈니스네트워크(FBN)에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FBN은 미국 중부 17개 주 농장에서 축적한 각종 정보를 농부에게 유료로 제공하는 회사다. 구글은 농업·식품 관련 분야를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보고 있다. 또 비욘드에그를 만드는 햄튼크릭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페이스북 공동설립자인 왈도 세브린 등으로부터 최근 4년간 1억2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레시피까지 제공한다. IBM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셰프 왓슨이라는 요리 앱을 선보였다. 사용자가 주재료를 몇 개 고르면 비슷한 맛의 조합을 가진 다른 재료를 탐색해 새로운 레시피를 찾게 해준다.

 과학적 기법이 적용된 수비드(sous-vide) 요리법과 분자요리도 조명받고 있다. 수비드 요리법은 치밀한 계산에 의해 정확한 온도를 유지하고 균일하게 열을 전달하는 요리법이고, 분자요리는 음식 재료의 질감이나 조직·요리법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롭게 변형시키거나 완전히 다른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차세대 식품 개발 외에 O2O(Online to Offline)를 활용한 푸드테크도 더욱 진화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에서 있었던 서비스를 단순히 온라인으로 옮기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대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비콘(근거리무선통신)을 활용해 미리 주문하고 결제한 뒤 주문한 커피 등이 준비되면 기다릴 필요 없이 매장을 방문해 바로 찾을 수 있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카카오의 카카오파머도 모바일 유통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카카오파머는 제주 감귤을 취급했는데 기존에 감귤을 구입하지 않았던 2030세대의 모바일 감귤 소비를 촉진시켜 감귤시장의 구매층을 넓혔다.

 식재료 생산 현장에서는 스마트팜(farm)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에 ICT를 적용해 노동력은 줄이고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늘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민은 스마트폰을 통해 비닐하우스 등의 생산 현장을 관리한다. 보통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으면 온도·습도·급수 등을 위해 하루에도 수차례 비닐하우스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팜 시스템을 이용하면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 내의 환경을 살펴보고 보온덮개·환풍기·스프링클러·열풍기 등을 버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장 적절한 파종 시기가 언제인지 알려주고, 효과적인 해충 방제 시점을 찾아내 농약 사용량을 최소화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팜 설치 후 국내 농가들의 노동력은 38.8% 절감됐고 생산성은 22.7%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이나 네이버 같은 ICT 기업들이 스마트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농인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SK텔레콤의 신농사직설이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신농사직설은 작물의 경작계획에서부터 생산·판매까지 농업의 전 과정에 대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방울토마토 농사를 계획하는 초보 영농인이 있다면 과연 방울토마토가 적당한 사업 아이템인지 진단해주고 판로도 알려준다.

 네이버는 요즘 농작물의 생육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온도별로 어떤 비료를 줬을 때 농작물이 더 잘 자라는지를 예측하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농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기획이다. 일본에서는 빅데이터 기술로 농산물의 재배·수확·상품화·배송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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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테크=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식재료 생산 현장에서부터 유통, 그리고 음식의 최종 소비가 일어나는 식탁에까지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첨단기술이 접목돼 식생활 전반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을 말한다. 생산 현장에서는 생산량을 늘리고 배달앱 등을 통해 편리한 식사를 도와주며 기존의 식품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식품까지 개발하는 기술이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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