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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사건 현장 ‘엄마 수사관’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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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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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사건 조사를 돕는 ‘APO맘’ 발대식이 지난달 29일 부산 영도경찰서에서 열렸다. 앞줄 가운데는 윤영진 영도경찰서장. [사진 부산영도경찰서]

빈발하는 아동학대 사건 수사현장에 육아 경험이 많은 엄마가 출동해 현장조사를 돕기로 했다. 부산영도경찰서는 5일 이를 위해 ‘APO맘’ 발대식을 최근 가졌다고 밝혔다. APO맘은 학대전담 경찰관(APO, Anti abuse Police Officer)에 엄마(Mom)의 역할을 더하자는 취지다. APO는 지난 2월 경찰청이 아동·노인·장애인 학대 등 모든 유형의 학대사건을 전담하도록 신설한 직제로 전국 경찰서마다 경찰관 2명씩 배치됐다.

부산 영도경찰서 APO맘 발대식
육아경험 많은 주부들 수사 참여
발육상태 등 경찰 현장조사 조언

윤영진 영도경찰서장은 “아동학대 사건에 더 효율적·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40~50대 여성 12명으로 APO맘을 전국에서 처음 구성했다”고 밝혔다. APO맘 대원은 육아 경험이 많고 아이돌보미·청소년봉사단체 등에서 활발한 봉사활동을 해온 주부들이다.

APO맘은 앞으로 APO와 함께 아동학대 사건 신고 현장에 출동한다. 자신들의 육아 경험을 토대로 신고된 사건 현장에서 아이의 발육상태가 어떤지, 부모가 음식은 제대로 먹였는지, 아이를 방임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꼼꼼히 살피게 된다. 조사 결과는 아동학대 부모의 처벌 정도와 아동의 보호조치 여부 등에 참고하게 된다. 경찰서 측은 조사내용을 기록할 수 있게 손바닥크기의 수첩을 APO맘 대원들에게 지급했다. APO맘은 학대가 발생한 가정을 대상으로 아동보호·이사지원 등의 봉사활동도 할 예정이다.

영도경찰서 여성청소년계 APO 심혜진(26·여) 순경은 “APO맘 12명 중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APO맘 2명씩 현장조사를 돕도록 할 방침”이라며 “경찰관이 빠뜨린 부분을 APO맘이 경찰관에게 설명해주는 식으로 활동을 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APO맘으로 참여한 주부 정미숙(47·여)씨는 “평소 아동학대 사건 보도를 보면서 애들 키우는 엄마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들었는데 APO맘의 취지가 좋아 동참했다”며 “경찰과 함께 아동학대를 조금이라도 줄이도록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아동학대 사건이 급증하고 있지만 형사재판에 넘겨지는 기소율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국무총리실·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의 통계를 종합·분석했더니 아동학대 적발 건수는 지난 2006년 5202건에서 지난해 1만1709건으로, 9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2014년 아동학대 가해자의 74.4%는 ‘지속 관찰’ 이라는 사후조치 처분을 받았다. 고소·고발된 경우가 15%, 아동과 분리된 경우가 5.1%였다.

부산=황선윤 기자 서울=김경희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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