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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 간부가 무연고로 장례 치르는 사연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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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동원 집회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한 간부가 지난달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나 자녀들이 시신을 인수하기 거부하면서 무연고 장례를 치르게 됐다.

3일 인천 부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어버이연합 간부 김모(7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은 앉아서 고개를 숙인 자세로 발견됐다. 숨진 지 20일~1개월 정도 지났는지 이미 상당히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김씨의 시신을 발견한 집주인은 "김씨를 본 지 오래돼 찾아갔는데 문이 닫혀있어 들어가봤더니 김씨가 숨져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 3월 뇌종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고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병사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의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병원 측도 사망 원인을 뇌종양으로 판단했다.

김씨는 9.9㎡ 크기의 월세방에서 혼자 살았다. 특별한 수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가족을 수소문했다. 구청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김씨는 2남 1녀를 뒀다. 하지만 이들 중 2명은 연락이 두절됐고 한 명은 경제적인 이유로 시신 인계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관할 기초자치단체인 부평구에 김씨의 시신을 인계했다. 부평구는 김씨의 시신을 무연고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어버이연합 간부라는 사실을 우리도 뒤늦게 알았다"며 "자녀들이 시신 인계를 거부한 만큼 무연고 장례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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