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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인들, 앞으로 유럽에 무비자로 간다

중앙일보

입력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4일 7500만 터키 국민의 유럽 솅겐 지역으로의 무비자 여행을 조건부로 허용할 것이라고 3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솅겐 지역은 프랑스·독일 등 26개국에 해당한다. 3월 EU·터키 간 난민 통제 합의의 일환이다.

EU집행위는 동시에 “터키가 EU가 제시한 72개 조건을 여전히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현재로선 10개 항목에서 미흡한 상태로 알려졌다. ▶전자여권 도입 ▶키프로스 인정 문제 ▶소수파 보호에 미흡한 반테러법 ▶표현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이다.

근래 터키에선 그러나 언론인들을 처벌하려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최근 터키 의회에서 의원의 면책특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두고 ‘공중 부양’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집권당이 친쿠르드 정당인 인민민주당(HDP) 의원이 쿠르드 반군과 밀통하고 있어 이들을 체포해야 한다는 걸 명분으로 내걸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HDP 의원의 처벌을 요구했다.

영국 BBC 방송은 “최근 반대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터키가 기한인 6월 말까지 어떻게 이 기준에 부합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그러나 EU가 더 절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EU집행위의 이번 ‘그린라이트’는 터키에 당근을 주면서 동시에 여전히 기준에 맞추란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재 EU-터키 합의 발효 후 터키-그리스 통해 들어오는 발칸 루트 통한 난민 유입은 크게 준 상태다.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합의가 결과를 내고 있다”고 반색했다.

터키는 비자면제가 돼야 합의안을 이행한다는 입장이 강고하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가 “밀접한 협력이 필요하며 우리에게 이 밀접한 협력은 비자 자유화에 있다”며 “비자면제 이행이 지연될 경우 터키는 난민송환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일도 있다.

관건은 솅겐 지역 내 무비자를 위해선 각국 정부와 유럽의회에서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EU로선 난민 유입을 줄여야 하지만 터키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비판적인 여론도 부담이다. 유럽의회의 한 인사는 “만일 내일 투표한다면 비자안은 부결될 것”이라고 유럽 전반의 기류를 전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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