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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보험금 노리고 남편 청부살해한 아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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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경북 의성군 한 마을진입로에서 13년 전 발생한 청부 살인사건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사진 경북경찰청]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로 꾸며 남편을 청부 살해한 60대 여성이 13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은 3일 살인 혐의로 박모(62·여)를 구속했다. 경찰은 박씨의 부탁을 받고 범행하거나 이에 가담한 박씨의 여동생(52)과 최모(57)·이모(56)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2003년 2월 박씨는 목돈을 벌기 위해 사과농사를 짓는 남편(당시 54세)을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2000년 남편이 3개 보험회사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교통사고로 꾸며 살해하면 거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금을 노리고 3년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보험회사에 다녔던 여동생에게 범행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여동생은 보험금을 받아 나눠주겠다며 지인 최씨와 이씨를 범행에 가담시켰다.

범행은 이씨 주도로 이뤄졌다. 박씨의 남편이 얼굴이나 이름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2003년 2월 22일 농사를 배우겠다며 박씨의 남편에게 접근해 술을 같이 마셨다. 그러곤 다음날 오전 1시40분쯤 자신의 1톤 트럭으로 박씨의 남편을 경북 의성군 한 마을진입로에 내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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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경북 의성군 한 마을진입로에서 13년 전 발생한 청부 살인사건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사진 경북경찰청]

술에 취한 박씨의 남편이 비틀거리며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자 이씨는 트럭으로 들이받아 살해했다. 폐쇄회로TV(CCTV)나 차량용 블랙박스가 제대로 없던 당시 경찰은 수사를 하다가 결국 뺑소니 교통사고로 결론 냈다.

남편의 살인을 청부한 박씨는 사고 후 보험사로부터 5억2000만 원을 받았다. 박씨는 2억 원을 챙겼다. 트럭을 운전한 이씨에겐 4500만 원을 줬다. 나머지는 여동생과 최씨가 나눠 가진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뺑소니 교통사고의 공소시효는 10년.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청부 살인사건은 이대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의 한 직원이 경찰에 제보하면서 13년 만에 다시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경찰은 당시 사건 서류를 다시 꺼내 박씨 등의 계좌를 추적해 최근 피의자들을 체포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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