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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파일] 화재경보기로 둔갑한 '몰카'로 비번 알아내 여성 집 침입한 40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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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가는 당신. 그런데 누군가 그런 당신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면?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일이겠죠.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오피스텔 출입문 앞 천장에 설치한 몰래카메라로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혼자 사는 여성들 방에 몰래 들어간 혐의(주거침입 등)로 임모(43)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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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씨가 사용한 몰카 [사진 마포경찰서]

임 씨가 사용한 몰래카메라는 화재감지기 모양입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안에 렌즈가 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습니다. 임씨는 이 몰래카메라 네 대를 인터넷에서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출입문 전자 도어락이 잘 보일만한 곳에 두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2월23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서울 마포·서대문 지역 오피스텔에 사는 여성들의 방을 11차례 침입했습니다.

임씨는 철저히 혼자사는 여성들의 집만을 노렸습니다. 오피스텔 우편함에 든 수령인 이름을 토대로 집 주인의 성별을 파악했다고 합니다. 경찰이 '왜 하필 여성들 집만 노렸는지' 물으니 임씨는 "남자들 집은 무서워서"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임씨는 도대체 왜 여성들의 집을 침입한 걸까요? 경찰 조사에서 임씨는 "모바일 게임 회사를 운영하다 올해 1월 파산했다. 파산 과정에서 세상으로부터 배신감을 느껴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일탈을 하고 싶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실제로 경찰 조사 결과 임씨가 주거침입 외에 다른 범죄를 저지른 정황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누군가 나 몰래 집에 들락거렸다'는 사실만으로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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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경보기로 둔갑한 몰카 [사진 마포경찰서]

경찰 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몰래카메라는 그 형태가 화재경보기 등 일상에서 쉽게 구별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이러한 범죄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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