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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금융회사와 공조로 보이스피싱 피해 막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구에 사는 A(71ㆍ여)씨는 지난달 4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상대방은 다급한 목소리로 “우체국에서 금융정보가 유출됐다. 예금을 모두 현금으로 찾아라”고 지시했다. 불안한 마음에 A씨는 우체국을 방문해 7620만 원을 찾은 뒤 자신의 다른 은행계좌로 입금했다.

이후 다시 전화가 걸려왔고 상대방이 재차 현금인출을 지시하자 A씨는 은행을 찾아갔다. 불안한 기색을 보이며 거액을 인출해달라는 A씨를 본 은행 창구 직원은 이를 112에 신고했다. 대구 동부경찰서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해 확인한 결과 전형적인 보이스피싱이었다.

고액의 현금을 인출하는 고객이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것으로 의심될 경우 금융기관 창구 직원이 즉시 경찰에 신고하도록 한 ‘금융범죄 척결 업무협약’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는데 효과를 내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3월15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기관과 이 협약을 체결한 이후 지난달 말까지 총 89명, 22억여 원의 피해를 막았다고 3일 밝혔다.

피해를 볼 뻔했던 이들은 60대가 77.5%로 가장 많았다. 주로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예금보호가 필요하니 현금을 인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전화를 건 상대방은 수사기관,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했다. 사기범들은 "경찰관ㆍ금융기관 직원도 유착돼 믿을 수 없으니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대상자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는 이로부터 전화를 받은 B(72)씨는 은행을 방문해 통장에 있던 7000만원을 모두 인출하려 했다. 은행직원이 신고해 경찰관이 출동했으나 B씨는 “내 돈을 내가 찾는데 경찰이 왜 그러냐”며 송금처 확인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설득 끝에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인한 결과 보이스피싱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일당은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노인을 공략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금융기관과의 공조체계를 더 강화해 피해를 막겠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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