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일 전북 전주를 방문해 ‘탈(脫) 문재인’을 선언했다. 더민주는 3일 20대 총선 당선자와 당무위원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열고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정할 예정이다. ‘김종인 체제’가 지속될지 말지를 결정하기 하루 전 김 대표가 먼저 메시지를 낸 것이다.
오늘 전대 시기 결정 앞두고 선공
“호남의 문재인 비토론 말한 것”
김 대표 측근 ‘정계개편’ 언급도
김, 당내 호남 선거 패배 책임론엔
“낭떠러지서 구해달라 해놓고” 반박
김 대표는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더민주가 총선에서 1당이 됐지만 전북에서 2석에 그치는 패배를 당했는데, 전북에서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선 정권 교체의 희망을 드리는 것”이라며 “전북 민심이 신뢰할 수 있는 대권 주자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수의 대권 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은 “전북 민심이 신뢰할 수 있는 대권 주자”라는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호남이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선 지지를 안 보내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말 속에 뼈가 있듯 김 대표가 공개적으로 문 전 대표 비토론을 언급한 것이라는 얘기였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 집권 8년의 경제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의 기조를 보여주지 못한 데 대해 더민주의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추미애 의원 등이 호남에서의 선거 패배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당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찰나에 자기들끼리 수습을 못하니 비대위 체제를 만들어 외부에서 사람을 모셔다가 구출해 달라고 했지 않았느냐. 필사적으로 1당 자리를 차지했으면 그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원칙이 다” 고 말했다. 김 대표는 “셀프 공천이 ‘노욕(老慾)’”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호남 참패에 대해 당의 몇몇 사람이 구실을 찾다 보니 그런 건데 당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 자체가 솔직히 부끄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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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개최 시기에 대해 김 대표는 “정상적인 지도부가 생겨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3일 의사결정을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의 측근은 “당에서 8월 말, 9월 초를 절충안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김 대표는 관심이 없다”며 “김 대표는 다른 것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문 전 대표를 대권 주자로 생각했었지만 실망했다. 연말까지 당 대표직을 맡아달라는 결정이 내려져도 친문 세력이 김 대표의 마음을 잡긴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대표 주변에선 ‘정계개편’을 말하는 측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김 대표의 ‘다른 구상’에 대해 또 다른 측근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지지율이 꺼지는 것처럼 문 전 대표의 지지율도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한다”며 “가을이나 연말이 되면 정계에 지각변동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전주=위문희 기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