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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 신상 밝히고도 24명 로스쿨 합격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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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3년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합격자 중 부모 또는 친인척이 시장 또는 법조인이라고 신상을 밝히고도 합격한 이들이 24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대·부산대·인하대·제주대·충남대·한양대 등 6개 대에서는 부모 등의 신상 공개를 금지하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8명이 합격했다.

3년간 입학전형 25곳 전수 조사

교육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25개 로스쿨의 2014~2016학년도 입학전형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3년간 로스쿨에 합격한 수험생 6000여 명의 자기소개서를 조사한 결과 부모 등의 신상을 밝힌 24건이 적발됐다. 25개 대 가운데 자기소개서 작성 기준(2016년 기준)에 가족 등의 신상을 기재하지 말라고 고지한 곳은 18곳이었고, 7곳은 사전 고지가 없었다. 18곳도 신상을 기재할 경우 불이익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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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석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은 “24건 중 부모나 친인척이 누군지 쉽게 추정할 수 있는 사례는 5건”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1건은 대학이 신상 기재를 금지했는데도 “아버지가 ○○시장”이라는 내용을 적었다. 다른 4건은 신상 기재를 금지하지 않은 대학의 사례다. 아버지가 법무법인 대표, 지방법원장이라는 내용이었다. 나머지 19건은 부모·친인척의 이름만 적혀 있거나 특정 시기 등의 언급이 없이 “할아버지가 판사를 지냈다” 등으로 서술했다.

대법관, 시의회 의원, ○○청 공무원 등의 신상을 밝힌 사례도 나왔다. 대부분은 자기소개서의 ‘성장 배경’ 또는 ‘지원 동기’ 항목에서 가족의 신상을 드러냈다. 서울 소재 한 로스쿨은 지원동기에 “검사장을 맡고 퇴임하신 큰아버지와 어려서부터 교류하며 법학에 관심이 생겼다”고 적은 학생을 합격시켰다.

교육부 이 지원관은 “신상 기재 금지를 고지했는데도 위반한 경우는 부정행위 소지가 인정된다”면서도 “법학 적성시험, 학부 성적, 영어, 면접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는 관계로 자기소개서 신상 기재와 합격의 인과관계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생에 대한 합격 취소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적발된 24건 중 16건은 사전에 기재 금지를 고지하지 않아 부정행위로 볼 수 없고, 8건은 부정행위 소지가 있지만 합격 취소는 과하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3곳에 자문한 결과 대학의 과실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기재 금지 규정을 위반한 6개 대에 대해 기관 경고하고 관계자를 문책할 방침이다. 또 서울대·고려대 등 기재 금지 규정이 없는 7개 대학에도 기관 경고 및 관계자 주의 조치를 하기로 했다.

법조계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로스쿨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교육부가 면피성 조사를 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수사기관이 수사하거나 감사원 감사를 청구해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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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석(가천대 교수) 전국법과대학교수회 회장은 “교육부가 자기소개서 신상 노출과 합격의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그만큼 선발이 투명하지 않다는 증거다. 일부 대학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로스쿨 측은 “심각한 부정은 한 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로스쿨에 대한 악의적 추측이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일부 문제는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상당수 대학이 공개하지 않고 있는 법학 적성시험과 영어의 반영 방식과 비율을 공개하고, 자기소개서와 면접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남윤서·정혁준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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