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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억 한국문학관 잡아라…지자체들 ‘문학수도’ 유치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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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인천시는 올해 초 문화관광체육국 안에 특별팀(TF)을 만들었다. ‘국립 한국문학관 유치’를 위한 조직이다. 김상섭 국장을 팀장으로 인천문화재단, 시 문화예술과 직원 등 10여 명으로 구성됐다. 지역 문화계와 함께 ‘국립 한국문학관 인천유치위원회’도 조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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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인천시 문화정책팀장은 “인천은 올해 말이면 인구 300만 명을 돌파하는 국내 3대 도시지만 국립문화시설은 한 곳도 없 다”며 “공항·항만 등 접근성도 좋은 만큼 한국문학관은 인천에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교육 기능 갖춘 복합문화공간
연면적 1만㎡ 규모, 2019년 완공
6월 선정 앞두고 유치 활동 치열
지역 문인 내세우고 서명운동도
“단체장 치적 쌓기” 과열 경쟁 우려

강원도 강릉시는 지난달 20일부터 ‘국립 한국문학관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10만 명의 서명을 받는 게 목표다. 2일 현재 1만 명이 서명했다. 강릉시의회는 지난달 22일 “강릉은 국립 한국문학관이 들어설 최적의 장소”라는 내용의 유치결의문을 채택했다.

김남대 강릉시 문화관광국장은 “강릉은 허균·허난설헌·김시습 등 당대의 문인들이 태어나고 활동한 문예의 도시”라며 “강릉지역엔 국립 문화기관이 한 곳도 없는 만큼 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문학관은 강릉으로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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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한국문학관 유치를 놓고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문학관은 한국 문학 관련 유산을 수집·복원·보존하고 연구·전시·교육하는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2019년 말까지 사업비 450억원을 투입해 1만5000㎡ 부지에 연면적 1만㎡ 규모로 건립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이런 내용이 담긴 ‘문학관 우선협상 대상 부지 선정’ 공문을 각 지자체로 전달했다. 최종 부지는 6월 선정 예정이다.

지자체들의 유치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10여 곳이 넘는 지자체들이 ‘지역의 문학적 특성’을 내세우며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출판문화산업단지를 둔 경기 파주시는 ‘출판 도시’를 내세우고 있다. 군포시는 2014년 정부가 지정한 ‘제1호 책의 도시’라는 점을 앞세운다. 충북 청주시는 ‘금속활자의 발생지’와 명심보감 초본이 청주에서 나온 것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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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출신의 대표 문인을 앞세우기도 한다. 강원도 원주시는 『토지』의 박경리 작가와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시인이 활동한 곳이라는 걸 강조한다. 전북 군산시는 고은 시인 등 다수의 문인을 배출했다는 것과 일본식 가옥 등 근대 문학과 관련된 유산과 관광지가 많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대구시도 이육사·이상화·현진권 등 지역 출신 문인들을 내세운다.

한국문학관을 활용한 개발 계획도 강조한다. 서울 은평구는 문학관 유치와 함께 문인마을과 언론기념관이 어우러진 문학테마파크를 구상하고 있다. 인천시는 2020년 개관하는 국립문자박물관 등 문화 기관과 연계한 문학 체험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문학관~이상화 고택~이육사 고택구간 내 ‘민족시인거리’를 조성하고, 세계문학제도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기 파주시는 문학관 주변에 산책로 등 야외문학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강원 춘천시는 서울 용산한글박물관과 김유정 문학촌 등지를 잇는 문학코스 구축을 내세웠다.

유치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단체장의 치적 쌓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 문학진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립 한국문학관 건립에 대한 지자체들의 관심이 본격화됐는데 후보지 추천 관련 공문은 최근에 나오는 등 일정이 촉박하게 추진되면서 지자체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문학관 유치가 곧 단체장의 성과이기 때문에 지자체간 경쟁이 과열되는 것”이라며 “최종 선정 시기를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철저하게 분석해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강릉·청주=최모란·박진호·최종권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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