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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제자들 이끈 ‘거제도 햇볕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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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스승의 길을 걷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가장 필요합니다. 학생을 만나는 게 기쁨이고, 가르치는 게 즐거움이 돼야 참된 스승이 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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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교육부가 선정해 발표한 ‘5월의 스승’인 원순련(63·사진) 전 교장이 생각하는 교사의 조건이다. 그는 1979년부터 37년간 경남 거제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했다. 거제 장평초·계룡초·수월초·신현초 등을 거쳐 지난해 8월 국산초 교장으로 정년 퇴임했다.

‘5월의 스승’ 원순련 전 국산초 교장

그는 글쓰기 지도를 통해 학생과 교감했다. 98년부터 3년간 거제초 산달분교에서 근무하던 시절엔 섬 아이들을 모아 매주 두 번 글쓰기와 기타를 가르쳤다. 섬을 떠난 지 5년 만에 학생 원고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제자 류현경씨는 “잘 사는 아이보다 가난한 아이에게 더 많은 눈길을 주셨다. 햇볕처럼 골고루 평등한 사랑을 주신 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결혼 이주 여성에게도 글쓰기를 가르쳐왔다. 2008년엔 ‘올해의 스승상’의 상금 1000만원을 어려운 형편 때문에 친정에 가지 못하던 중국·베트남 여성의 여행 경비로 내놓기도 했다.

퇴직하던 날, 그가 처음 교단에 섰던 장평초 제자 13명이 찾아왔다. 원 교장은 “세월이 흘러 47세가 된 첫 제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상’이라는 글귀가 적힌 상을 줄 때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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