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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치아보험, 비갱신형 다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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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5~6년 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비갱신형 암보험이 다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암보험을 찾는 고객 수요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과거에 보험사 입장에서 손해가 컸던 암보험 상품구조를 손보면서 비갱신형도 수지를 맞출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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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은 3일 말기암을 집중 보장하는 ‘암스트롱암보험’을 비갱신형과 갱신형의 두 종류로 나눠 출시했다. 처음 암에 걸리면 진단금을 받고, 이후 4기암으로 진전되면 또다시 진단금을 받게 되는 새로운 유형의 암보험이다.

현대해상·흥국·AIA 등 잇단 출시
발병 높은 암 보장 줄었지만
중간에 보험료 인상 걱정 덜어
젊은층일수록 비갱신형 유리

이 중 비갱신형은 만기를 최장 100세까지로 선택할 수 있다. 암진단금 1000만원으로 가입했을 때 월 보험료는 5만6200원으로 약간 높은 편이다(4기암 진단 시 1000만원 추가 지급). 현대해상 관계자는 “한창 경제활동 중인 젊은 고객들은 보험료가 비싸도 비갱신형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신한생명과 흥국생명은 온라인에서만 암보험을 비갱신형으로 판매 중이다. 두 회사 대면 채널(설계사)의 암보험이 10년 또는 15년 만기 갱신형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인 온라인보험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보험사들이 비갱신형 암보험을 내놓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통 100세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갱신형과 달리 만기는 80세까지다. 보험료를 올리지 못해서 보험사가 자칫 떠안을 수 있는 위험을 감안해서 보장기간을 짧게 잡았다.

2010년 전후만 해도 보험업계는 암 전용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추세였다. 의료기술 발달로 조기 암 발견이 크게 늘면서 수익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서둘러 상품 구조를 손봤다. 발병률이 높은 암에 대한 보장을 대폭 줄였다. 갑상선암·경계성종양 같은 소액암의 진단금은 일반암의 10분의 1로,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진단금은 20~40% 수준으로 낮췄다. 이로 인해 소비자 입장에선 받을 수 있는 보장 혜택이 줄었지만 보험사의 수익 회복엔 도움이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때 암보험은 손해율(받는 보험료 대비 나가는 보험금 비율)이 120%가 넘어 골칫거리였지만 최근엔 다시 수익을 내고 있다”며 “보험료 변동이 없는 암보험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암보험은 20~30년 이상 장기간 가입하기 때문에 대체로 중간에 보험료 변동이 없는 상품이 소비자에겐 유리한 편이다. 10년마다 보험료가 조정되는 갱신형은 처음 가입할 때 보험료는 저렴하지만 갱신 시점에 얼마나 보험료가 오를지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가입자의 연령대에 따라 선택은 달라진다. 갱신형에 가입했을 때 갱신 횟수가 여러 번인 젊은층은 초기 보험료가 좀 비싸더라도 비갱신형을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에 비해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비갱신형을 선택하면 보험료가 너무 비쌀 수 있기 때문에 갱신형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비갱신형은 암보험뿐 아니라 치아보험 시장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그동안 치아보험은 3년이나 5년 주기로 보험료가 오르는 구조였다. 한때 일부 치아보험은 갱신 시 보험료가 70% 뛰기도 했었다. 하지만 KB생명의 ‘KB치아사랑플러스보장보험’, 한화손보 ‘하얀미소플러스치아보험’처럼 10년 만기 비갱신형 상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AIA생명 역시 최근 ‘이 모든 치아보험’을 새로 출시하면서 기존에 갱신형이던 치아보험을 최장 15년 동안 보험료 변동이 없는 상품으로 바꿨다. 10년 만기 비갱신형 치아보험은 40세 남성 기준 월 보험료가 3만~4만원으로 다소 높은 편이다.

AIA생명 관계자는 “갱신형은 나중에 감당 못할 정도로 보험료가 오를 수 있으니 비갱신형이 낫다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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