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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쩐의 전쟁’ 없었다…이통 3사 ‘실리 경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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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쩐의 전쟁’은 없었다. 이동통신 3사 모두 꼭 필요한 곳에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베팅했고 최종 낙찰자가 됐다.

SKT ‘요지’ 2.6㎓ 대역 확보
KT·LG도 희망대역 최저가 낙찰
통신업계 “3사 모두 윈윈” 평가
신사업용 아니라 경쟁 덜 치열

‘2016년 주파수 블록별 할당’이 경매 시작 이틀만인 2일 막을 내렸다. 주파수는 공공재여서 아무나 쓸 수 없도록 국가가 관리하면서 이를 필요로하는 사업자들에게 분배한다.

경매 1일차였던 지난달 29일 일곱번째 라운드와 2일 속개된 제8라운드에서 5개 블록 모두에 입찰자가 없어 경매가 종료됐다. 이번 경매는 2개 라운드 연속으로 5개 블록 전체에 입찰자가 없을 경우, 그 상태에서 낙찰자와 낙찰가를 결정하는 룰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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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결과 4개 블록이 모두 2조1106억원에 새 주인을 맞게 됐다. B블록(1.8㎓ 대역)은 KT, C블록(2.1㎓)은 LG유플러스, 2.6㎓ 대역인 D·E블럭은 SK텔레콤에 돌아갔다. A블럭(700㎒ 대역)은 유찰됐다.

업계는 이번 경매 결과를 “이통 3사 모두 윈윈”한 것으로 분석한다.

SK텔레콤은 기존에 없던 2.6㎓ 대역을 새로 확보했다. 2.6㎓는 전 세계적으로 4세대(4G, LTE) 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돼 로밍 서비스 같은 호환이 용이하고 통신 장비나 단말기 구입도 용이하다.

특히 이번에 나온 D블록은 대역 폭이 40㎒로 20㎒인 다른 블록들에 비해 투자가치가 높았다. 실제 이번 경매에서 유일하게 D블록에서만 입찰 경쟁이 벌어졌다. 최저가격 6553억원에 경매가 시작돼 SK텔레콤이 9500억원에 낙찰 받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D블록은 땅으로 치면 가장 요지에 가장 넓은 면적”이라며 “그간 SK텔레콤은 가입자 수는 상대적으로 많으나 확보한 주파수 대역 폭은 타사와 동일해 가입자당 주파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는데 이 문제를 이번 경매를 통해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2.6㎓ 대역인 E블록도 최저경쟁가격인 3277억원에 확보했다.

KT는 1.8㎓대역 20㎒폭(B블록)을 최저경쟁가격인 4513억원에 낙찰받았다. 기존 1.8㎓의 40㎒폭과 합하면 60㎒폭 크기로 광대역 LTE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광대역 서비스는 4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넓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어 데이터가 늘어나도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기존 KT 가입자는 단말기 교체없이 바로 광대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기존 인프라에 광대역 LTE를 곧바로 적용할 수 있어 고객들의 체감품질을 빠른 시간 내에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낙찰을 원했던 2.1㎓(C블록)를 최저경쟁가격인 3816억원에 확보했다. LG유플러스도 보유 중인 2.1㎓의 20㎒폭에 붙이면 기존 설비를 활용해 적은 투자비만으로 광대역(40㎒) 서비스가 가능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12월부터 2.1㎓에서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주파수 할당에서 과거와 같은 ‘쩐의 전쟁’이 벌어지지 않은 이유로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우선 이통 3사가 전국 LTE망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번 경매가 품질향상과 커버리지 보완의 성격이 강해 과거와 같은 조(兆) 단위의 베팅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주파수 경매는 ‘내가 갖는 것’ 만큼이나 ‘경쟁사가 가져가지 않도록 막는 것’도 중요해서 베팅액수가 커졌다”며 “이번에 나온 주파수는 신사업을 위한 주파수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했다”고 설명했다.

‘망구축 의무 비율’이 높아진 점도 베팅액을 제한하는 요인이 됐다. 망구축 의무 비율은 할당 받은 주파수 대역에 새로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이 비율이 2013년엔 30%였지만 이번엔 40~65%가 적용됐다. 기지국을 새로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 드니 그만큼 베팅을 소극적으로 한 것이다. 이통 3사는 이날 경매가 끝난 뒤 일제히 “결과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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