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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집값, 7월에 사나 12월에 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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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집값이 오르지도, 그렇다고 크게 내리지도 않을 것이다.’ 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모습이다.

KDI 전문가 설문, 53% “보합”
“전셋값은 1~3% 오른다” 많아

KDI는 지난달 경제 전문가 400명과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올해 6월에 비해 12월의 주택 매매가격이 얼마나 오르겠느냐’고 물었더니 경제 전문가 절반 이상인 53%가 보합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집값 상승률이 0%에서 1% 미만 사이에 그치겠다는 얘기다.

일반 국민 가운데에서도 보합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40.6%로 가장 많았다. 늘어난 아파트 분양과 강화된 대출 심사, 불투명한 앞으로의 경제 상황 등이 이유로 꼽혔다.

KDI에 따르면 올 1분기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2.9% 올랐다. 전분기(3.5%)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성수기라는 계절 요인을 걷어낸 상승률(전기비)은 0%에 그쳤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2~3월이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매 상승률이 0%대에 그쳤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하우스푸어(자기 집이 있지만 대출·이자로 빈곤)’ 문제가 불거졌던 2013년 정도”라며 “신규 주택을 뺀 기존 주택 매매시장은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규 주택시장은 여전히 활황이다. 올해 1분기에만 아파트 5만6000가구가 분양됐다. 분양 물량은 1년 전보다 18.9% 늘었다. 송 연구위원은 “기존 주택 매매시장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신규 주택시장만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장차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집단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값은 올 하반기에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KDI 설문에 경제 전문가의 58.6%, 일반 국민의 49.9%가 하반기에 전셋값이 1~3% 오르는 ‘완만한 상승’을 예상했다. 이들은 주택 임대시장이 전세 중심에서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서울 지역만 해도 1분기 전세 거래 건수는 전년비 16.5% 급감했다. 대신 월세 거래량은 9.9% 늘었다.

집값이 더디게 오르거나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전세 가격만 급등하면서 ‘깡통 전세’의 위험도 커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월 매매가격에서 전세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전세가율)은 전국 기준 75%였다. 2013년 69.6%, 2014년 71.4%, 2015년 74.6%에 이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세종=조현숙 기자, 황의영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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