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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국민의당 '원내대표'에 막힌 19대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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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안효성 기자 중앙일보 기자
조문규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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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성
정치국제부문 기자

“저도 이게 좀 저기 한데…. 아까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법안 처리는 현 지도부가 하신다고 그랬는데, 여기는 아마 박지원 의원이 주욱 하는 것 같다.”

지난달 29일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19대 국회 경제 관련 법안 처리를 요청하러 온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겸연쩍게 웃었다. 유 부총리는 이날 3당 원내대표를 각각 만났다. 새누리당에선 원유철 원내대표, 더민주에선 이 원내대표 등 19대 국회 원내지도부가 나왔는데 국민의당만 20대 국회 신임 원내대표인 박지원 의원이 참석했다. 참석자가 박 의원으로 바뀐 건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지역구인 전남 여수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새 원내대표가 정해졌으니 자리를 비켜주겠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주 원내대표가 자리를 비켜주자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여야 3당이 논의하기로 한 19대 쟁점법안 처리도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1일 밤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도 새 원내대표가 정해지니, 그분들이 원 구성 협상을 하고 쟁점법안도 처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원내대표 임기(5월 30일)가 정식으로 시작되지 않은 박 의원은 “19대 지도부가 매듭을 지어줘야지, 원유철 (새누리당) 대표와 나랑 협상을 할 수 있겠느냐”고 손을 내저었다. 이 바람에 4일로 약속된 3당 원내수석부대표 협의도 공중에 뜬 상태다. 국민의당 유성엽 수석부대표는 “주 원내대표가 물러난 마당에 나도 어정쩡한 상태”라며 “나머지 당도 원내대표가 새로 뽑히면 수석부대표 등이 바뀔 텐데…”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이러는 모습은 앞뒤가 안 맞는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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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국민의당 원내대표로 추대된 박지원 의원(왼쪽)을 지난달 29일 만났다. [사진 조문규 기자]

다른 두 당이 4·13 총선 결과로 어수선하던 지난달 말 19대 국회 민생법안을 처리하자고 가장 먼저, 가장 적극적으로 제안한 건 국민의당이었다. 국민의당은 2일 오전에도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 고(故) 신해철씨의 미망인 윤원희씨를 불렀다. 19대 국회에 계류 중인 이른바 ‘신해철법(의료사고피해자구제법안)’ 통과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안철수 대표는 윤씨에게 “아직도 법안 처리를 못해 부끄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대표의 “부끄럽다”는 발언이 무색하게도 국민의당 ‘두’ 원내대표는 서로 “내가 비켜주겠다”며 법안 처리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3당 원내대표 회동이 끝난 뒤 “밥과 법은 토씨 하나 차이다. 밥을 해결하지 못하면 법은 의미가 없다”는 명언을 남긴 일이 있다. 명언은 실천되지 못한다면 ‘허언(虛言·빈말)’이다. 비판의 화살은 국민의당으로 쏟아질 테고….

글=안효성 정치국제부문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