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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동문회·대학로고…특별한 기억 새긴 ‘와인 라벨’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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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5월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 신랑 이승주(가명)씨는 피로연 하객들을 위해 특별한 답례품을 준비했다. 스페인 레드 와인 ‘베로니아 크리안자’ 2011 빈티지를 다량 주문해 별도의 라벨을 붙였다. 이 라벨엔 신랑·신부의 이름과 웨딩 사진이 들어갔다. 와인 애호가인 이씨가 호텔 소속 정하봉 소믈리에와 상의한 끝에 결혼식에 맞춤한 와인을 고르고 ‘맞춤 라벨’로 완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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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 라벨로 재단장한 와인들. 뉴욕대 국내 동문회 와인 ‘아포틱 레드’, 파크카페 재오픈 기념 와인 ‘트라피체 오크케스크’, 레이크힐스의 ‘라 루나 로쏘’, W호텔의 ‘루이 마티니 나파 밸리’(왼쪽부터).

와인 소비가 늘면서 기념일이나 특정 모임을 상징하는 ‘프라이빗 라벨’ 제작이 새 풍속도로 사랑받고 있다. 와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지 라벨 자리에 별도로 디자인한 라벨을 붙이는 방식이다. 일정량 이상을 주문 의뢰하면 판매사가 별도 디자인팀을 가동해 제작·부착해 준다.

지난해 말 미국 뉴욕대(NYU) 출신 국내 동문회 때는 미국 캘리포니아산 ‘아포틱 레드’가 자유의 여신상 횃불 마크를 달고 만찬 테이블에 올랐다. 주문·제작을 담당했던 금양인터내셔날의 김준구 브랜드홍보팀장은 “동문 모임에 맞는 시안을 몇 개 디자인해 보여줬는데 NYU 로고를 변형해 넣은 라벨이 선택됐다”고 말했다.

기존 라벨에 살짝 문구만 넣는 경우도 많다. 프로축구단 포항 스틸러스는 스페인 와인 ‘압바디아 올리바 템프라니요 2013’을 구단 와인으로 주문하면서 기존 라벨에 작게 ‘FC POHANG STEELERS’라고만 표시했다. 소위 ‘캠퍼스 와인’들도 이와 비슷하다. 와인 라벨에 대학 마크를 붙여 각종 홍보·선물용으로 쓰는 ‘캠퍼스 와인’은 2003년 고려대를 시작으로 여러 대학이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다음달 한국외대 포르투갈어과 창설 50주년 기념 와인으로는 ‘올빈와인’이 수입하는 포르투갈산 레드 와인 ‘메시아’가 선정됐다. 올빈와인 측은 주문받은 1000병에 외대 로고와 학과 로고를 동시에 넣은 라벨을 붙여줄 예정이다.

수입와인이 국내에 건너오기 전에 특별한 라벨을 달고 오기도 한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2014년 100주년 와인을 프랑스 부르고뉴의 ‘오스피스 드 본(Hospices De Beaune)’에서 조달키로 하고 경매에 참여했다. 오스피스 드 본은 부르고뉴 지방에서 매년 11월 세 번째 일요일에 진행하는 자선 와인 경매행사로, 낙찰받은 와인 라벨에 구매자 고유 이름을 붙여 준다. 웨스틴조선은 당시 쿠베 구로 뫼르소 2011 등 세 종류에 호텔 100주년을 기념하는 문구를 넣어 들여왔다.

김준구 팀장은 “프라이빗 라벨은 와인을 즐기는 다양한 방식의 하나”라며 “빈티지 숙성 와인의 경우 특별한 라벨과 함께 오래 기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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