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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필로폰' 밀반입해 투약한 탈북자·중국동포 무더기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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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으로 추정되는 필로폰을 국내로 몰래 들여와 판매ㆍ투약한 탈북자들과 조선족(중국동포) 20여 명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북한-중국 접경지역에 사는 중국동포나 북한 주민과 직접 필로폰을 거래하는 마약 유통 구조가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향정) 혐의로 탈북자 최모(53)씨 등 13명을 구속 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이중 재판에 넘겨진 탈북자만 16명에 달한다. 또 검찰은 이들로부터 필로폰 810.7g을 압수했다. 1회 투약량(0.03g) 기준으로 2만7000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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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서울중앙지검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두만강 접경 지역에서 북한 주민을 만나 필로폰 140g을 밀반입한 뒤 국내 탈북자에게 120g을 팔았다. 또 탈북자 조모(58ㆍ구속 기소)씨는 중국 단둥(丹東)에 있는 중국동포 백모(54ㆍ구속 기소)씨로부터 필로폰을 사 탈북자들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필로폰을 구입한 뒤 몸에 숨겨 입국하거나 ‘도라지 상자’ 등에 은닉해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필로폰의 생산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산(産)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복수의 탈북자들로부터 “함흥ㆍ청진 등 함경 지역에서 생산된 필로폰을 신의주-단둥 기차편을 통해 운반한 뒤 단둥에서 거래하거나 북한 국경지역 브로커를 통해 두만강을 건너 직접 거래하는 경우도 많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중국 최대 국경도시 단둥과 북한 신의주 등 압록강 하구 등이 북한산 마약 거래의 중심지라고 보고 있다.

북한산 필로폰은 순도가 높다는 이유로 중국산ㆍ필리핀산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취급된다고 한다. 검찰 조사에서도 탈북자를 사칭한 최모(30ㆍ구속 기소)씨가 전모(26ㆍ구속 기소)씨에게서 중국산 필로폰 1g당 15만~25만원에 구입한 뒤 이를 북한산으로 둔갑시켜 50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탈북자들 사이에서 마약 투약이 상당히 많이 퍼진 것도 확인했다. 한 탈북자는 검찰 조사에서 “북한에선 필로폰을 진통제처럼 투약하고 경조사 때 주고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탈북자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부인과 함께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한다. 여성 탈북자 강모(33ㆍ불구속 기소)씨는 필로폰 투약 후 국내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마약 범행의 그늘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에 쉽게 정착하고 건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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