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선원·돛단배·항해. 이 네 개의 단어들에게서 풍기는 냄새가 있다. 그 냄새에는 왠지 모를 시원함과 우아함이 실려있다. 오래전 유럽 패션 잡지의 화보에서 요트에서의 주말 룩을 접한 이후 이런 환상이 생겼다. 새하얀 모습으로 갑판 위에 서서 햇살이 쏟아지는 바다를 바라보는 로망이다. 사실 로망의 발단은 유럽 친구들이 바캉스를 다녀와 보여주는 사진들에서 비롯됐다. 요트에서 보낸 주말 풍경에는 격을 모른 척하지 않는 편안함이 담겨 있었고 삶의 행적에서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패션은 인상적이었다. 린넨 스커트, 피케 셔츠, 면 원피스, 풍성한 셔츠의 새하얀 자태…. 하양만큼 작열하는 햇빛을 찡그림 없이 받아치는 것이 또 있을까. 하양을 몸에 걸치면 샤워를 막 하고 난 느낌이다. 백색의 스피치는 뜨겁게 달궈진 여름의 아스팔트를 식히는 바람 같다.
김은정 ?‘엘르’‘마리 끌레르’ 패션 디렉터와 ‘마담 휘가로’ 편집장을 거쳐 샤넬 홍보부장으로 일했다.『Leaving Living Loving』『옷 이야기』를 썼고 현재 홍콩에 살며 패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