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소문 사진관] 인도 위의 잡초, 그 힘겨운 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수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도시의 거리. 숨가쁘게 빠른 걸음으로 걷는 사람들 틈에서 천천히 걷는 일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사람의 물결 속에 같은 흐름으로 따라가야 한다. 매끈한 대리석과 보도블럭으로 포장된 인도는 비가 와도 신발에 흙 묻힐 일 없도록 말끔하다.

발 아래를 내려다 봤다. 인도위 보도블럭 사이 1cm도 채 안되는 틈을 비집고 잡초와 이끼가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힘겹게 봄을 맞고 있다. 잘 정돈된 가로수 아래나 화단이 아닌 험지에서 강인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주어진 운명에서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하지만 성한게 드물다. 무심한 발길에 밟혀 찢기고 꺾였다. 덩치가 아주 작거나 외진 곳에 자리를 잡은 이끼나 잡초는 발길은 피했지만 온갖 먼지를 뒤집어 썼다.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그 와중에 꽃까지 피워 올린 녀석도 있다. 꽃이라고 바쁜 사람들의 발길을 피할 수는 없었다. 찢기고 이지러진 모습이 애처롭다. 고운 자태는 온데 간데 없고 오히려 처연하기까지 하다. 힘겹고 끈질기다. 그리고 숭고하다. 질기디 질긴 생명의 힘 말이다.

사진·글=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