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통장이 뭐길래 … 종신제 추진에 대전 동구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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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주민과 동 주민센터 사이에서 매개체 역할을 해 온 통장의 종신제 도입을 놓고 지방의회가 시끄럽다. 임기를 제한해 온 기존 조례를 개정해 종신제로 바꾸겠다는 지방의회와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대전 동구의회는 지난 26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통장직을 무제한 연임할 수 있도록 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이 29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다음달 공포를 거쳐 시행된다. 현재 조례에 따르면 통장 임기는 3년으로 1회 연임이 가능하다.

월 24만원 수당, 자녀 장학금 등 혜택
구의회, 업무 공백 이유 조례 개정
주민들 강력 반발, 구청도 “거부권”

동구의회는 임기가 짧아 업무 파악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 동구의회 유택호 의장은 “동구 지역 통장 374명 중 절반가량이 연임 제한에 걸려 다음달부터 7월까지 속속 임기가 끝난다”며 “통장들이 한꺼번에 그만두면 복지 업무 등에 공백이 생겨 연임 횟수 제한을 없앴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조례 개정안이 기득권층에 유리하고 ‘종신제 통장’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동구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7개 단체는 성명을 내고 “(종신제 통장은) 주민 25만 명의 의견을 무시하고 시대 흐름에도 역행하는 반민주주의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대전시 동구청 측은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전국에는 5만6665명의 통장이 활동 중이다. 매월 24만원의 수당과 자녀 장학금, 상해보험 가입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각 자치단체는 조례를 통해 통장 임기를 제한하고 있다. 충남대 육동일(자치행정학과) 교수는 “통장은 주민과 밀접한 자리인 만큼 (연임 제한 조례를 바꿀 경우) 충분한 의견 수렴을 선행해야 한다”며 “이해관계에 따른 개정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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