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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반대 기수로 변한 오스트리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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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오스트리아가 서유럽에서 반(反) 난민의 ‘기수’가 되고 있다. 초기 독일만큼 관대한 태도를 보이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부담 못 떠맡아” 망명 제한법 통과
강력 통제 주장 극우후보 대선 1위

오스트리아 의회는 27일 난민의 망명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새 난민법을 통과시켰다. 난민이 급증하면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수 있게 했다. 그런 경우 국경에서 개별 심사 없이 난민 신청자들을 곧바로 되돌려 보낼 수 있게 된다. 또 난민 지위가 받아들여졌더라도 가족들과의 재결합은 3년간 금지된다.

국내외에서 “인권에 반한다”는 반발이 거세다. 볼프강 소보트카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그러나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면 오스트리아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우리가 전 세계의 부담을 떠맡을 수 없다”고 맞섰다. 오스트리아 당국은 이탈리아와의 국경인 브레너에 400m 정도의 철조망을 설치하려 한다. 지난해 발칸 루트로부터 유입되는 난민을 차단하기 위해 슬로베니아와의 국경에 3.7㎞펜스를 설치했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유럽의 룰과 역사, 그리고 이치와 미래에도 반하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오스트리아의 기류는 수그러들지 않는 반 난민 정서 때문이다. 24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 성향인 노르베르트 호퍼(45) 자유당 후보가 1위(36.4%)를 차지했다. 그는 “난민을 강력하게 통제하지 못한다면 정부를 해산하겠다”고까지 공언했다.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의전적인 자리라곤 하나 제한된 조건 에서 총리·각료 임명과 의회해산, 군 통수 등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다음달 22일 결선 투표를 치를 2위엔 무소속이지만 녹색당의 지원을 받는 알렉산더 반데어벨렌(72) 후보(20.4% 득표)가 올랐다. 현 정부를 구성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과 보수 국민당 후보는 4, 5위로 밀렸다.

지난해 9월 이후 80만 명의 난민 신청자들이 오스트리아의 땅에 발을 들여놓았고 이 중 5만 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그리스·마케도니아의 국경이 봉쇄된 최근엔 하루 150명 꼴로 유입된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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