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 위해 … 케리, 손녀 안고 기후협정 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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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두 살배기 손녀 이사벨을 안고 파리 기후변화협정문에 서명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기후협정이 미래 세대를 위한 것임을 알리기 위해 손녀를 안고 서명했다. 175개국이 이날 협정문에 서명했고 각국 비준절차를 마치면 공식 발효된다. [AP=뉴시스]

지난 22일(현지시간) 전통복장을 한 흑인 여성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 연단에 올랐다. 차드 출신 환경운동가 힌두 우마루 이브라힘(32)은 이 자리에서 차드의 비참한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차드의 어머니들은 가족들이 먹을 물을 얻기 위해 매일 10㎞ 떨어진 차드 호수까지 걸어갑니다. 개간할 땅도, 가축을 키울 목초지도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젊은 어머니들은 환경 난민이 되고 있습니다.”

지구의 날 175개국 공식서명
반기문 총장 “시간과의 싸움”

이브라힘의 연설에 각국 대표들은 뜨거운 박수로 공감을 표시했다. 이어 한 사람씩 파리 기후변화협정문에 서명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 협정이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라는 뜻에서 외손녀 이사벨 돕스-히긴슨(2)을 안고 서명했다. ‘지구의 날’을 맞은 이날 175개국이 협정에 서명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개막 연설에서 “우리는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모든 회원국들이 가능한 빨리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 차원의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됐다. 장기 목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줄리어드 음대 5중주단이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연주하는 가운데 시작된 서명식엔 우리나라 윤성규 환경부장관과 북한의 이수용 외무상 등 175개국이 참여해 유엔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들이 한 자리에 모인 서명식 기록을 세웠다. 유엔 평화사절인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특별 연사로 연설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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