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푸드트럭 열풍을 불러온 ‘길거리 음식의 제왕’ 한국계 로이 최(46·사진)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2016년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다. 타임은 로이 최를 ‘요리 개척자’로 꼽았다. 올해 타임은 거인·거목(15명), 예술가(18명), 지도자(31명), 아이콘(13명), 개척자(23명) 5개 분야에서 100인을 뽑았다.
요리 개척자로 꼽힌 재미 한인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부모님은 주류상· 한국식당 등을 하며 그를 키웠다. 최씨는 어린 시절 여러 차례 이사를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려 마약에 빠지기도 했지만 15세 때 부모님이 서던캘리포니아 군사학교에 보내며 정신을 차렸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영어를 가르치던 그는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로스쿨로 진학했다. 하지만 한 학기 만에 그만뒀다.
도박과 마약에 빠져 방황하던 그는 TV 요리쇼 ‘에센스 오브 에머릴’을 보고 어릴 적 식당을 하시던 부모님을 떠올렸고 지역 요리학교에 등록했다. 이후 96년 ‘요리계의 하버드’라 불리는 뉴욕 CIA에 입학해 인생의 전기를 맞는다. 유명 호텔과 리조트에서 경력을 쌓으며 베벌리 힐튼 호텔 주방장에 오르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던 그는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며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그는 아내와 함께 ‘고기 BBQ’라는 이름으로 한국식 고기와 김치가 들어간 멕시칸 타코(taco)를 푸드트럭에서 팔기 시작했고 자신의 위치를 트위터에 올리며 음식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최씨의 사업모델은 대성공이었고 2009년 ‘본 에프티상’, 2010년 ‘푸드 앤드 와인’이 선정하는 ‘10대 신인 요리사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그는 고기 BBQ 외에도 A-Frame(햄버거), 최고(김치볶음밥), POT(부대찌개) 등 체인을 운영하고 있다. 타임지는 “로이 최가 거액을 투자받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고, 최근 빈곤층 이웃에게 값싸고 건강한 패스트푸드를 제공하는 뜻깊은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며 요리 분야의 개척자로 선정했다.
타임은 프란치스코 교황,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와 아내 프리실라 챈, 애플 CEO 팀 쿡 등을 ‘거인 또는 거목’으로 선정했다. 지도자 부문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선정됐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