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으로] 패러글라이딩·산악자전거·암벽타기 … 연 800만 명 몰려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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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울산시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실외 인공암벽장에서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들이 암벽등반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송봉근 기자]

“우와~ 저 사람 봐. 스파이더맨 같아.”

“어~ 줄 타고 내려온다. 와~ 무섭겠다.”

17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에 있는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실외 인공암벽장. 20m 높이의 인공암벽장에서 안전 로프에 의지한 채 손과 발만 이용해 절벽을 올라가는 5~6명의 스포츠클라이밍 선수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다 이렇게 소리쳤다. 선수들이 암벽에 붙어 있는 홀드(암벽을 오를 때 손과 발로 잡거나 딛는 물건)를 놓칠 때면 지켜보던 등산객들의 입에서 “아~” 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곳에서 암벽타기를 하는 선수들은 보통 3개월~1년간 실내 인공암벽장 등에서 취미로 연습한 사람들이다. 2인 1조가 돼 한 사람이 밑에서 안전로프를 잡아당기거나 풀어줘 선수들의 암벽타기를 도와줬다. 김용식(26·울산시 남구·경력 1년)씨는 “이곳에 인공암벽장이 생겼다는 소문을 듣고 오늘 처음 와봤는데 너무 시설이 잘 돼 있다”며 “건물 뒤편으로 신불산과 간월산 등 영남알프스의 명산이 보여 마치 자연암벽을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공암벽장 옆 간월산(1069m)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초입에는 산악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줄지어 지나갔다. 5년간 산악자전거를 탄 정연모(40·울산시 울주군)씨는 “경치도 좋지만 산악자전거가 오르내릴 수 있는 길도 따로 조성돼 있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곳은 패러글라이딩 동호회 사람들이 간월재 인근에서 날아올라 하늘에 떠다니는 모습으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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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경남 밀양·양산, 경북 경주·청도에 걸쳐 있는 영남알프스가 ‘산악관광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영남알프스는 해발 1000m가 넘는 가지산·신불산·천황산·간월산 등 9개 산봉우리 군락을 의미한다. 이 중 7개 봉우리가 울산시 울주군에 있다.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2010년부터 영남알프스를 ‘산악관광 1번지’로 만들기 위해 각종 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는 1000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과 산악테마전시관, 영화관 및 커피숍 등 각종 등산 관련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산악관광의 거점이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이곳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산악영화제가 열린다.

| 가지산·신불산 등 1000m 넘는 산 9개
울산·밀양·양산·경주시에 걸쳐 있어
테마·계절별 관광상품 공동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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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의 사계절. 간월산에서 즐기는 패러글라이딩. 사시사철 아름다운 영남알프스는 봄에는 진달래,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는 억새, 겨울에는 눈꽃을 보러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사진 울산시]

영남알프스는 2012년 하늘억새길(간월산~신불산~영축산~재약산~천황산~능동산, 총 30㎞)과 2013년 둘레길(가지산~천황산~간월산까지 영남알프스 1000m 이상 산봉우리 둘레 9곳, 240㎞) 조성도 끝나 등산객들이 영남알프스 주변의 역사·문화·자연생태를 즐길 수 있는 산행 코스도 마련했다. 이곳에는 기존 길을 정비하고 종합안내판·명소안내판·방향표지판·정자·의자·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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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산 내원암 계곡. 사시사철 아름다운 영남알프스는 봄에는 진달래,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는 억새, 겨울에는 눈꽃을 보러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사진 울산시]

이 중 가지산은 영남알프스를 동서남북으로 가르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가지산 능선은 날씨가 흐리면 구름이 자욱하게 끼어 길을 찾기가 힘들 정도여서 ‘구름재’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구름과 안개의 변화가 무쌍한 곳이다. 억새길은 4개의 억새밭을 지나간다. 신불산과 영축산 사이(200만㎡), 간월산 부근(33만㎡), 재약산 사자평(400만㎡), 고현산 정상 부근(66만㎡) 등에서 은빛으로 갈아입은 억새의 물결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영남알프스엔 골짜기와 계곡도 수두룩하지만 유명한 소(沼)도 세 곳이 있다. 재약산의 철구소, 신불산의 파래소, 천황산의 호박소가 그것이다. 이 소들은 그 밑이 서로 연결돼 있어 옛날 선녀들이 목욕하러 내려오면 이무기가 그 밑으로 움직여 자리를 피해줬다는 전설도 있다.

| 산악자전거길·억새길·둘레길 조성
9월엔 국내 최초 산악영화제 열려
“자연 훼손 최소화 조치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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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 하늘억새길. 사시사철 아름다운 영남알프스는 봄에는 진달래,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는 억새, 겨울에는 눈꽃을 보러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사진 울산시]

울산시, 경남 밀양·양산, 경북 경주시는 2014년부터는 올해까지 정부 지원을 받아 공동으로 이 같은 영남알프스의 관광자원을 토대로 ‘영남알프스 통합 관광상품’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까지 영남알프스 등산로의 대표적인 출입구인 간월산장, 배내골 사슴목장과 휴게소, 석남사 주차장 등 4곳에 탐방객 자동 계수기를 설치해 올해부터 실질적인 탐방객 수를 세고 있다. 울산시 등은 한해 영남알프스를 찾는 관광객을 800만~1000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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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 설경(겨울) 모습. 사시사철 아름다운 영남알프스는 봄에는 진달래,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는 억새, 겨울에는 눈꽃을 보러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사진 울산시]

지난 4일에는 영남알프스의 산악관광 자원과 방문객 등에 대한 기초 조사 용역도 끝났다. 오는 9월까지 여행 전문가가 참여하는 팸투어 등을 통해 일정·테마·계절별 관광코스를 본격적으로 개발한다. 같은 기간 하늘억새길·가지산길·문복산길 등 영남알프스 주요 등산로에 무선통신 중계기를 설치해 휴대전화·인터넷 사용 불편도 해소한다. 주요 등산로에서 자신의 위치와 주변의 관광지 및 도착 지점까지의 거리 등을 알 수 있는 앱 개발은 이미 끝나 조만간 사용이 가능하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곳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케이블카 설치, 산악마라톤대회 개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것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박명환 경남산악연맹 부회장은 “영남알프스는 암벽 등이 많아 산악인들에게는 히말라야나 에베레스트 등 해외 원정을 가기 위한 원정훈련장으로 이용되는 최상의 산악훈련장”이라며 “일반 등산인이나 산악인이 많이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보호조치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성산엔 중국 스님 1000명 건너와 원효대사 제자 됐다는 전설
영남알프스 천성산(千聖山)에는 원효대사 관련 전설이 있다. 신라시대에 원효대사가 토굴에서 참선을 하다 갑자기 일어나 마루판자를 뜯어 ‘효척판구중(曉擲板求衆·판자를 던져 중생을 구함)’이라고 써 공중으로 날려보냈다. 이 판자는 바다 건너 중국 태화사 법당 앞마당에 도착해 공중을 맴돌았다. 놀란 중국 스님들이 법당 앞마당에 몰려나오자 곧바로 법당이 무너졌다. 판자 덕에 이들은 모두 목숨을 구했고 이후 1000명의 중국 스님 등이 신라로 건너와 원효대사의 제자가 됐다는 이야기다. 천성산 이름의 유래다.

울산시의 지난 4월 조사에 따르면 영남알프스에는 산과 바위, 절 등 140여 곳에 이 같은 전설이 있다. 재약산(載藥山)도 신라의 어느 왕자가 병이 들었다가 이 산의 물을 마시고 나았다고 해서 ‘약이 실린 산’이라고 붙여졌다.

이야기뿐 아니다. 영남알프스에는 천연기념물 12종을 비롯해 모두 1000여 종의 동식물이 있다. 통도사·표충사·운문사 등 문화·역사 자원도 220개가 넘는다. 봄에는 철쭉과 진달래 등 야생화, 여름엔 계곡·폭포·저수지 등의 물놀이, 가을은 억새, 겨울은 눈꽃을 보러 온 등산객·탐방객이 넘쳐난다. 울산시 등은 영남알프스의 수많은 이야기와 자연 자원을 묶어 등산·탐방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드는 것을 추진 중이다.

울산=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