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으로 다시 읽다
김병로 지음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516쪽, 3만2000원
방북 취재 때 만난 노동신문 기자에게 무심코 ‘북한’이란 말을 꺼냈다가 눈총을 받은 적이 있다. ‘대한민국의 북쪽’이란 함의에 발끈한 것이다. 우리가 ‘남조선’이란 표현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책은 오랜 기간 ‘북한’으로 불려온 한반도의 북녘을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보는 작업을 시도한다. “남한의 편견이 덧씌워진 ‘북한’이 아니라 실존하는 ‘조선’을 가감 없이 읽어내자”는 주장이다. 6.25 전쟁의 트라우마 때문에 북한이 자폐적 노선을 걷게 된 전시(戰時) 사회체제 형성부터 주체사상·선군정치, 김정은 체제의 미래까지 16개의 장으로 나누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분석했다. 자칫 북한 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내재적 접근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저자는 “탈북자 증언 등 경험적 자료로 객관적 분석을 시도했다”고 설명한다.
지난 30년간 통일연구원과 서울대에서 북한을 연구해온 저자는 “북한 사람들은 종종 세계가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에 큰 좌절감을 느낀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초 핵탄두 앞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려 애쓰던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