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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해외 서점가] 중국 사회 치부 아슬아슬한 비판…베테랑 앵커의 촌철살인 말말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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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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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소리(白說)
바이옌쑹 지음
창장출판

이 책의 원제(白說·바이슈오)는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다. 간단하게 풀자면 바이(白), 즉 저자 ‘바이옌쑹(白岩松)이 말한다’는 뜻이 된다. 또 바이슈오는 ‘쓸데 없는 말을 하다’나 ‘흰소리, 헛소리를 하다’란 의미가 된다.

하지만 제목과 달리 저자의 말은 늘 커다란 울림을 동반한다. 그가 진행하는 중국중앙방송(CCTV)의 보도 프로그램 ‘신문 1+1’은 중국에선 보기 힘들게 단순한 뉴스 전달에 머무르지 않고 논평과 분석을 함께 제공한다. 중국에서 더 드문 일은 뉴스 앵커가 정부 당국을 비판하는 것인데, 바이는 때때로 통렬한 비판성 멘트를 날려 마땅한 언로가 없는 중국 시청자들의 묵은 체증을 내려앉혀 준다. 2011년 40명의 사망자를 낸 원저우(溫州) 고속철도 탈선사고 당시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철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 당신이 믿건 안 믿건 나는 믿는다”고 강변한 왕융핑(王勇平) 철도부 대변인의 말을 조목조목 비판한 건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일이다. 그는 이 책에서 “왕융핑과는 함께 공부한 막역한 친구사이”라고 털어놓았다. 그의 방송이 왜 절대적 신뢰를 얻고 있는지 짐작케 하는 일이다.

이 책은 ‘중국에서 가장 말 잘하는 사람’인 그가 학생·공무원·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행한 21차례의 강연 내용을 묶은 것이다. 결코 사회비판이나 체제비판 서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중국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베테랑 언론인의 촌철살인이 곳곳에 녹아있다.

“전세계 인구 가운데 신앙(종교)이 없는 12억 명의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중국인 가운데 1억여 명은 불교·이슬람교·기독교·천주교를 믿는다. 다른 1억명은 공산주의를 믿는다. 그 나머지는 인민폐(위안화),즉 돈을 믿는다. 만약 돈을 믿는 방법이 하나라면 그나마 괜찮은 일이다. 그렇다면 그것도 ‘인민폐교’라 부름직한 종교가 되겠지만 실상은 각자 돈을 신봉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이 사회가) 어지럽기 짝이 없다.”

그럼 저자의 종교는 무엇일까. “뉴스, 즉 언론이야말로 이 사회를 하루 하루 더 좋은 사회로 바꿔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내게서 이런 믿음이 사라지게 되는 순간 나는 마이크를 놓을 것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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