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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민족·종교 어우러진 다문화 섬, 태고의 신비를 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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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카위 군도에 속하는 브라스 바사 섬은 깨끗한 해변이 아름다운 무인도다.

시크릿 아시아 ② 말레이시아 페낭·랑카위

말레이시아는 말레이반도 남부와 보르네오 섬 북부에 걸쳐 있다. 전체 면적이 33만㎢에 이르니 남한보다 세 배나 크다.
그러나 한국인이 주로 방문하는 곳은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휴양지 코타키나발루 정도다. 아직 한국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말레이시아 서쪽 해안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6∼11일 페낭(Penang)과 랑카위(Langkawi)를 다녀왔다. 페낭이 다양한 인종이 얽히고 설켜 빚은 말레이시아 문화와 역사의 정수였다면, 태곳적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랑카위는 말레이시아의 숨겨진 보물이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페낭 조지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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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낭 조지타운 관음사.

페낭 주는 말레이반도 서쪽 지역과 반도 앞바다의 페낭 섬으로 구성돼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페낭 섬이다. 페낭 섬은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져 다양한 문화를 빚어내는 흥미로운 곳이다.

유럽인이 섬에 처 음 발을 들인 것은 1511년의 일이다. 포르투갈이 신대륙을 찾아 동쪽으로 진출하다 말레이반도와 페낭 섬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섬 주인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1641년부터는 네덜란드가, 1786년부터는 영국이 섬을 차지했다.

1786년 영국 장군 프랜시스 라이트는 섬을 무역 중심지로 개발했다. 섬 전체를 면세 지역으로 정하고 여러 문화와 종교를 인정하는 이주정책을 폈다. 이슬람 상인이 섬에 터를 잡았고, 중국인과 인도인도 넘어왔다. 500년 넘게 다양한 민족이 얽혀 산 흔적이 섬 동쪽 해안의 도시 조지타운(George Town)에 남아 있다. 특히 도시 중심의 하모니(Harmony) 스트리트가 주인공이다.

페낭힐에 위치한 힌두교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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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성공회 교회, 불교 사원, 힌두교 사원, 이슬람 사원이 모여 있는 하모니 스트리트는 조지타운이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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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타운 하모니 스트리트의 기도처에서 기도를 올리는 힌두교 신자들.

가이드 에디 림(72)의 말마따나 하모니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페낭의 조지타운은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모니 스트리트는 1846년 세워진 세인트 조지(St. George) 교회에서 시작됐다. 페낭을 건설한 프란시스 라이트 장군을 추모하는 기념물 뒤로 새하얀 교회 건물이 보였다. 교회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불교사찰 ‘쿠안 인 템블(觀音寺·관음사)’가 있었다.

하모니 스트리트는 ‘마리암만’이라는 힌두교 여신을 모시는 신전 스리 마하마리암만(Sri Mahamariamman) 사원을 지나 이슬람 사원 ‘마스지드 카피탄 켈링(Masjid Kapitan Keling)’에서 끝났다. 500m 남짓한 거리 안에 가톨릭과 불교, 힌두교와 이슬람의 현장이 다 있었다. 각기 다른 신앙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페낭만의 풍경이었다.

작은 중국 페낭

페낭 섬은 말레이시아의 작은 중국이라고 불린다. 페낭 섬 인구가 75만 명인데, 51만 명이 중국계다. 전체 인구의 68%를 중국계가 차지한다.

페낭 섬의 중국인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중국 남쪽 광둥(廣東)성과 푸젠(副建)성에서 이주해 왔다. 당시 중국계 이주민 대부분이 주석 광산에서 일했다. 땅과 집 살 돈이 없는 가난한 노동자는 바다 위에 나무로 집을 짓고 살았다. 페낭 섬과 말레이반도를 연결하는 배가 뜨는 페리 터미널 주변에 아직까지 수상(水上) 가옥 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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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낭 조지타운에 있는 쿠클랜 하우스. 중국 푸젠성 출신 쿠 가문이 세운 사원이다.

조지타운에는 중국식 사원 ‘클랜 하우스(Clan House)’도 수두룩했다. 중국인은 성씨마다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클랜 하우스를 짓고 집성촌을 이뤘다. 현재 페낭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성씨는 푸젠성 난안(南安)시 출신의 쿠(邱·구)씨 가문이다. 메단 캐논(Medan Canon) 스트리트의 쿠 클랜 하우스는 쿠씨 가문의 세력을 과시하듯 황금색으로 장식돼 있었다. 쿠 클랜 하우스 1층에 말레이시아 화교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관도 있었다.

처치(Church) 스트리트에 있는 ‘페낭 페라나칸 맨션’은 중국계 이주민과 말레이시아 원주민이 결합해 만든 ‘페라나칸(Peranakan)’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가구·옷·장신구 등을 전시하고 있는데,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旗袍)’와 비슷한 여성 원피스가 눈에 들어왔다. 상체 부분은 단추를 사선으로 채우는 치파오와 비슷했지만, 치마는 발등을 덮을 정도로 긴 말레이시안 스타일이었다.

페낭 조지타운의 킴벌리 스트리트. 중국 광둥요리를 맛볼 수 있는 상점과 노점이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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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 문화는 음식에서도 나타났다. 킴벌리(Kimberley) 스트리트에서 말레이시아식으로 변형된 중국 광둥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요리 대부분이 고수 같은 향신료를 넣어 향과 맛이 강했다. 돼지 뼈로 육수를 내고 돼지 갈빗살과 양배추·버섯을 넣고 끓여낸 ‘박쿠테(Bak Ku The, 7링깃·약 2000원)’는 아침으로 많이 먹는단다. 쌀밥이나 쌀국수를 곁들이는데, 당귀·계피 등 각종 약재를 넣고 끓인 국물이 깊은 맛을 냈다.

말레이시아의 보석랑카위

탄중 루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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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최북단의 랑카위는 99개 섬이 모여 있는 군도다. 2007년 동남아시아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랑카위 군도의 육지 면적은 478㎢인데, 이중에서 70%가 열대 밀림지대다. 99개 섬 중에서 사람이 사는 섬은 랑카위 섬과 투바(Tuba) 섬 뿐이다. 랑카위 군도의 섬 대부분이 개발되지 않았는데, 특히 무인도는 5억 년 전 섬이 형성됐을 때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세계지질공원으로 낙점한 이유다.

호핑투어 일정에 있는 독수리 먹이주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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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이 섬 저 섬을 둘러보는 호핑(Hopping)투어가 가장 있는 있는 관광 프로그램이다. 4시간 동안 진행되는 호핑투어는 랑카위 섬 중심지의 쿠아 타운(Kuah Town)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다양 분팅(Dayang Bunting) 섬과 브라스 바사(Beras Basah) 섬을 둘러보고 독수리 먹이주기 체험을 하는 여정이었다. 1인 45링깃(약 1만3000원)부터.

다양 분팅 호수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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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아 타운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는 수면을 튕기듯이 달려 20분 만에 다양 분팅 섬에 닿았다. 임산부가 누워 있는 모양처럼 생긴 섬으로 서쪽 귀퉁이에 수심 14m, 둘레 3㎞의 호수를 품고 있었다. 다양 분팅 섬에서 서쪽으로 4㎞ 떨어진 브라스 바사 섬은 랑카위 군도를 통틀어 최고로 아름다운 풍경을 내어줬다. 발 디디기가 미안할 정도로 티 없이 깨끗한 백사장에 옥빛 바닷물이 끊임없이 너울거리는 풍경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랑카위 섬 구눙 맷 신캉산에 있는 공중다리 스카이 브릿지. 지난해 개장한 시설로 현재 랑카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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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카위 섬으로 돌아와 서쪽에 있는 ‘스카이 브릿지’로 향했다. 지난해 개장한 스카이 브릿지는 랑카위 섬에서 두 번째로 높은 ‘구눙 맷 신캉(Gunung Mat Cincang, 850m)’ 산에 설치된 공중 다리다. S자 모양으로 100m 가량 이어지는 스카이 브릿지에 올라서자 구눙 맷 신캉 산을 뒤덮은 초록 숲과 푸른 바다가 한눈에 담겼다. 수 천 년 세월이 빚은 바위와 어우러진 푸른 숲이 파란 바다만큼이나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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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한국에서 말레이시아 페낭과 랑카위로 가는 직항은 없다. 에어아시아(airasia.com)를 이용하면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해 페낭과 랑카위로 갈 수 있다. 다른 저비용항공사와 달리 에어아시아는 경유지에서 수화물을 찾았다가 다시 부칠 필요가 없다. 에어아시아엑스가 인천~쿠알라룸푸르 매일 2회, 부산~쿠알라룸푸르 주 4회, 쿠알라룸푸르~페낭과 쿠알라룸푸르~랑카위 국내선을 매일 11회 운항한다. 한국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는 약 6시간 걸린다. 쿠알라룸푸르에서 페낭은 55분, 랑카위는 1시간 거리다.
페낭 섬 조지타운의 러브레인 스트리트(Lovelane Street)에 저렴한 숙박시설이 많다. 호스텔 1박 60링깃(약 2만원)부터. 랑카위는 유명한 허니문 여행지다. 섬 북쪽의 탄중 루(Tanjung Rhu) 해변이 특히 인기다. 포시즌스 리조트 랑카위 말레이시아(fourseasons.com/langkawi)가 탄중 루 해변 바로 앞에 위치한다. 독채형 객실에서 문을 열고 나오면 백사장이다. 호텔 직원과 함께 맹그로브 사파리 투어(275링깃·약 8만1000원)도 할 수 있다. 1박 2800링깃(약 82만원)부터. 말레이시아 화폐는 링깃이다. 1링깃 293원(4월 20일 기준).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늦다. 페낭과 랑카위는 연중 무덥다. 4~6월 낮 최고 기온이 33∼35도이고, 최저 기온은 25~27도다. 모기 기피제를 챙겨가는 게 좋다. 자세한 정보는 페낭 관광청 홈페이지(mypenang.gov.my)와 랑카위 개발국(LADA) 홈페이지(naturallylangkawi.my) 참조.

[영상] 말레이시아 페낭·랑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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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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