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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사진관] 남한강 건너는 K-2 흑표전차 탑승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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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준비 완료! "

제20기계화보병사단 전차장(戰車長)이 외치는 소리가 헤드폰 너머로 들린다. 기자가 자리한 공간은 우리나라 최신예 K-2 흑표전차의 포수석. K-2 전차에는 전차장, 포수, 조종수 등 3명이 탑승한다. 내부 공간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포신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전차장이 좌측에는 포수가 자리하며 뒤쪽으로 조종수의 자리가 있다. 아이가 앉을 만한 작은 의자에 착석해 정면을 바라보니 시선을 가득 메운 전자장치가 보인다. 마치 비행기 조종석 계기판과 닮았다. 역시 '최신예·첨단'이라는 말과 어울리는 내부다.

조작해 볼 수 없었지만 위 아래로 달린 모니터와 사격을 위한 각종 장비가 눈길을 끈다. 특히 사격을 위해 고도, 습도, 풍향 등이 정리된 모니터를 보며 적을 격멸하기 위해 각종 데이터 하나도 놓치지 않는 최첨단 장치에 감탄했다. 육군은 19일 K-2 흑표전차 도하 훈련을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잠수도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민간인 자격으로는 최초로 탑승했다.

K-2 흑표전차가 남한강 일대에서 잠수도하 훈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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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근육질의 몸을 가진 흑표전차가 꿈틀대며 요란한 굉음과 함께 힘차게 앞으로 나간다. 전차와 함께 몸이 몇 번 좌우로 움직였다. 하지만, 곧 전차에 속도가 더해지면서 흔들림이 덜해졌다. 스노클 위에서 전차장이 분주하게 상황을 전파한다. 저속으로 이동하던 전차가 속도를 올리니 헬멧 안쪽으로도 굉음이 들렸다. 포수석 좌측에 있는 작은 창에 강물이 들이쳐 거품을 일어난다. 전차장의 '입수' 구호가 떨어지고 30초쯤 지났을까. 전차는 강 반대쪽으로 조금씩 이동했다. 강물이 출렁이며 좌측에 있는 창문 밖으로 물보라가 일면서 이내 작은창을 삼켜버렸다. 이날 기자가 타고 있던 전차는 남한강 잠수도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제20기계화보병사단의 정예 K-2흑표전차가 줄을 지어 강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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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이 19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연양리 남한강 일대에서 전차와 장갑차 등 기계화 전투장비의 하천 극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하훈련을 실시했다. 기계화 부대는 통상 공병부대의 도움을 받지만 이번 도하훈련은 공병부대의 도움 없이 K-2 전차와 장갑차가 강을 건넜다. K-2 전차는 수심 최대 4.1m의 깊이의 강을 도하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을 부교없이 자체적으로 도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 전차 중간 부분에 스노클을 설치하는데 설치 시간은 30여 분이 걸리며 한 시간에 15-20km를 이동할 수 있다. 이번 훈련에는 30여 대의 K-2 전차가 훈련에 동원됐다. K-200 장갑차는 부력으로 물에 떠서 이동했으며 보병 전투원들의 공격단정을 이용한 도하 훈련도 실시했다.

훈련부대장 박성호 중령은 "이번 훈련을 통해 K-2 전차의 세계 최고수준의 잠수도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하천은 장애물이 아니라 하나의 기동로라는 인식으로 적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전광석화 같이 달려가 적 주력을 격멸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글 =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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