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사일에 쓸라 … 골프채 재료 마레이징 강철도 금수

중앙일보

입력 2016.04.19 02:30

업데이트 2016.04.1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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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를 위한 수출금지(금수) 품목을 공개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18일 밝혔다. 공개된 품목은 제재 결의 2270호에 따라 추가로 지정된 것이다. 이 당국자는 “안보리 산하 북한제재위원회가 지난 4일 북한 수출을 금지하는 ‘민감 품목 목록’을 제출했고 최근 안보리가 공식 문서로 채택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고 말했다.

안보리, 대북제재 추가 품목 공개

당초 이 리스트는 지난달 2일 통과된 결의 2270호에 부속서로 포함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품목이 너무 방대해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이의를 제기해 막판에 빠졌다. 안보리는 대신 보름 안에 북한제재위가 리스트를 안보리에 제출하도록 했다. 정부 당국자는 “한 달 정도 공개가 늦춰졌지만 당초 함께 채택하려고 했던 부속서와 이번에 만든 목록에 차이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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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을 살펴보면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물품 12개와 생화학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 14종 등이다. 일반적으로 산업 현장에서도 사용 가능하지만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목적으로 전용이 가능한 물품을 많이 포함시킨 것이 특징이다. 금수 조치를 강화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마레이징 강철 이다. 마레이징 강철은 고온·고압에서 견딜 수 있는 초강력강이다. 골프채나 펜싱 용구 제조에 쓰인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이 마레이징 강철을 원료로 미사일 부품이나 원심분리기를 만든다고 의심해왔고 이번에 수출을 금지시켰다. ‘외곽 지름이 75mm 이상인 막대나 튜브 형태’라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고강도 합금 알루미늄도 포함됐다. 북한이 원심분리기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강도 합금 알루미늄은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 차체 제작에 쓰인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주파수변환기(인버터·컨버터)도 원심분리기 회전 제어에 사용될 수 있고, 테니스 라켓을 만드는 데 쓰는 탄소섬유 또한 미사일 동체의 원료가 될 수 있어 금수 품목으로 지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내에 안보리의 금수 품목을 국문으로 번역해 ‘국제평화 및 안전 유지 등 의무 이행을 위한 무역에 관한 특별조치 고시(국제평화고시)’를 할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적 금수 품목 지정에 이번 안보리 목록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미 1400여 개 품목을 군용 전용 우려가 있는 ‘전략물자’로 지정한 바 있다. 전략물자 생산 기업은 수출 전에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아산정책연구원 이기범 연구위원은 “제재의 그물코를 촘촘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실효성은 전적으로 물품을 수출하는 국가들의 준수 의지에 달려 있어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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