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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국내 스마트폰 사업, 가야 할 길을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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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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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성균관대 정보통신학부 교수
기업지원거점센터장

많은 사람이 삼성과 LG 스마트폰 사업의 미래를 걱정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현재 구도를 보면 프리미엄은 독보적인 애플이 버티고 있다. 중저가는 샤오미·화웨이 같은 기업이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S7과 LG전자 G5 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갤럭시 S7은 역대 최단기간 글로벌 1000만 대 출하량 기록을 세웠다. G5도 국내 시장 기준으로 하루 1만 대 가까운 판매량으로 가히 폭발적이다.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이던 수출이 지난달 한 자릿수로 축소된 데에는 이들 신제품의 선전이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 제품의 성공 요인을 생각해 보자.

삼성의 갤럭시 S7은 실용적인 혁신을 이뤘다. 고객이 불편하게 느끼는 기능을 개선했다. 불필요한 앱은 과감하게 줄였다. 한마디로 ‘단순화’다. 『노인과 바다』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헤밍웨이가 “필요한 말은 빼지 않고, 불필요한 것은 넣지 않아야 한다”고 밝힌 것처럼. 전작인 S6의 시리즈에서 사라졌던 방수기능, 추가 메모리 투입구를 다시 넣은 점이 대표적이다. 카메라의 획기적인 개선이 있었다. 고객의 오랜 소망이었던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선명하게 나오도록 했다. 기본 기능을 제대로 하는 것이 주효했다. 이 외에도 VR 기능을 부각해 신기술을 강조하고 새로운 ‘기어360’이라는 부가적인 제품과의 연동을 통한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LG의 G5는 하드웨어 혁신을 이루었다. 세계 최초의 조립식 스마트폰이다. 하단 부분을 서랍처럼 빼고 카메라·오디오 등 주변기기를 바꿔가며 장착해 쓰는 방식이다. 일명 ‘트랜스포머폰’으로 불린다. 스마트폰 밑부분에 카메라·오디오 등 다양한 모듈을 끼우면 카메라나 오디오 기기 등으로 변신할 수 있다. 확장형 모듈 방식의 색다른 스마트폰이다. 국내 기업의 강점인 하드웨어를 더욱 발전시킨 좋은 사례다. 중소·중견기업과 주변 기기 개발을 협업하면 매우 좋은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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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아이폰이 처음 나온 뒤 몇 년 동안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차별점은 하드웨어 성능에 있었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드웨어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혁신적인 제품은 고객의 사랑을 받는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하자는 전략은 위험하다. 브랜드 가치는 프리미엄 제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표기업인 삼성과 LG의 실용적인 혁신과 하드웨어 혁신은 좋은 개발 방향이다. 국내 기업의 추진 방향을 프리미엄 제품 개발 관점에서 세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첫째, 철저하게 고객 중심으로 기본에 충실하라. 단순하게 속도를 높이는 것, 화소수 경쟁은 의미가 없다. 결국은 고객에게 어떤 편리함을 제공할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디자인, 화질, 음질, 전류 소모, 터치 성능 등이 가장 기본적인 민감한 요소다. 고객들이 신규 서비스로 느끼는 개인방송, VR, 핀테크 등도 공략해야 할 아이템이다. 딥러닝을 이용한 자연어, 화상 인식에 기반한 여러 가지 서비스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둘째, 스마트폰과 연계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 VR기기, 사물인터넷 제품은 여전히 스마트폰과의 연동이 필요해 새로운 스마트폰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간의 연동은 서비스 아이디어를 발굴해야 한다. 삼성이나 LG는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 1위 업체이므로 이것들이 유·무선으로 연결될 것이다. 자동차나 각종 스마트 기기도 연동되므로 스마트폰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로 구현해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이 서비스를 구현할 신규 부품을 개발해 스마트폰에 넣도록 해야 한다. 오감을 자극할 만한 멀티미디어를 처리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센서 부품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셋째, 5G 이동통신 시대를 대비하자. 기술이 시장을 바꿀 수 있는 시기가 한 번 더 온다. 단말, 인프라 솔루션은 세계 최초로 확보하자. 테스트베드에서 먼저 서비스 솔루션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현재 사용 중인 4G보다 1000배 빨라지면서 영상 데이터를 이용한 여러 가지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대표적으로 3차원으로 실물과 똑같이 보이는 홀로그램이나 가상현실이 상용화된다. 또한 실시간 사람, 사물 인식 등에 대비한 플랫폼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고객은 창조와 혁신을 원한다. 창조는 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있는 것에서 약간의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제품에 대한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한다. 결국 인간에 대한 배려, 행복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인간 중심의 사고가 제품 개발의 중심이 돼야 한다. 위기에 빠진 국내 스마트폰 사업을 부활시키기 위해선 끊임없는 창조와 혁신이 답이다.

김용석 성균관대 정보통신학부 교수·기업지원거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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