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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통해 초스피드 귀순···북·중 관계 더 악화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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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류경식당 북한 종업원들의 귀순 과정은 이례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의 묵인하에 이뤄진 초스피드 귀순이며 중국의 냉랭해진 대북 기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특징지었다. 특히 중국이 ‘대륙의 관문’으로 여기는 상하이(上海)를 탈북 루트로 용인했다는 점에서 향후 북·중 관계 변화의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13명 1박 2일 만에 한국 도착
중국 냉랭한 대북 기조 표출
사흘 만에 탈북 확인도 파격

“합법적 출국 강조한 중국
북한에 상당한 경고 의미”

12일 정보 당국 출신의 대북 소식통이 전한 귀순 경로는 ‘중국 닝보→상하이→동남아 A국가→한국’이다. 닝보에서 상하이까지 거리는 약 210㎞로 차량으로 이동하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이 소식통은 “6일 새벽 중국 닝보를 벗어나 7일 한국으로 들어오는 1박2일 동안의 여정은 ‘논스톱’으로 진행됐다”며 “이는 제3국(A국가)의 전폭적인 물밑 지원 외에도 중국 당국의 협조 내지 묵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북·중 관계가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그간 대북관계를 감안해 탈북 루트를 공식적으로 제공하지 않았고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을 북송하기도 했다. 성균관대 이희옥 중국연구소장은 “예전의 북·중 혈맹관계였다면 이런 탈북 사건과 같은 경우 북한 입장을 존중해 엄정하게 조치했을 텐데 이번에는 순순히 출국을 용인한 게 놀랍다”며 “최근 험악해진 북·중 관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집단 탈북 소식이 우리 정부에 의해 공개(8일)된 지 사흘 만에 공식 확인한 것도 파격이다. 과거 중국은 북한을 의식해 중국 내 탈북 사건과 관련해선 함구로 일관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동북아연구실장은 “북한이 집단 탈북을 제지하지 않은 중국에 강하게 항의했다는데, 중국이 이번 일을 ‘정상적 절차’로 규정하고 단호한 대응을 선택한 것은 최근 북한의 대내외적인 상황을 감안한 결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대북제재 이행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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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특히 “탈북자들이 유효한 신분증을 소지했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며 ‘합법적 출국’임을 강조한 대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주대 김흥규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앞으로도 정상 여권을 가진 중국 내 북한 주민의 경우 합법적인 출국을 저지하지 않을 것을 암시하는 메시지”라며 “간접적이지만 북한에 대한 상당한 경고의 의미가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으로 건너온 북한 근로자나 식당 종업원 등은 5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잠재적인 제3국행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체감 압박’은 클 수밖에 없다.

김 소장은 “이들에 대한 감시와 사상 교육이 강화되면서 전반적인 ‘통제 비용’이 당연히 늘어날 것”이라며 “외화벌이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에 함부로 보내지 못하는 딜레마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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