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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한은보다 먼저 성장률 낮춘 건 ‘이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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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너무 더딘 성장이 너무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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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의 제목이다. 세계 경제의 더딘 회복세를 함축한 표현이지만 한국 경제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이날 IMF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3.2%, 올 1월 2.9%(당시 IMF 수치 비공개)에서 다시 2.7%로 지난 6개월 새 전망치를 0.5%포인트 내렸다. IMF는 통상 한국은행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 이를 반영해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이번엔 한은이 전망치를 수정하기도 전에 선수를 쳤다. 그만큼 한국 경제를 보는 시각이 어두워졌다는 얘기다.

6개월 만에 0.5%P 큰 폭 조정
세계 성장률도 0.2%P 내려 잡아
중국 뺀 주요국 전망 모두 낮춰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국내 산업생산이 늘긴 했지만 지난해 기저효과(비교대상 통계가 지나치게 저조해 현재가 상대적으로 좋게 보이는 통계 착시)가 워낙 컸고 재고도 함께 늘었다”며 “수출과 소비를 비롯한 경제 전반이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요인만 탓할 수 없다. IMF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모리스 옵스펠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세계 경제 흐름을 두고 “지속되는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잠재적인 생산·수요·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IMF는 중국(6.3→6.5%)을 제외한 주요국의 올해 성장 전망 수치를 줄줄이 낮춰 잡았다. 올 1월 전망치와 비교해 전 세계 평균 성장률은 3.4%에서 3.2%로 내려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대로 낮출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한은은 오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한다. 지난 1월 수정 경제 전망에서 한은이 예상한 올해 성장률은 3.0%다. 수출도 감소세를 이어가는 등 올 들어서도 경제지표가 좋지 않아 이달에는 전망치를 낮출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실제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노무라 등 10개 해외 투자은행(IB)이 지난달 말 내놓은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5%에 머물렀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30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1~2월 이어진 수출 부진과 내수 회복세 둔화로 1분기 성장세가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성장률은 연초 전망했던 3%를 다소 밑돌 가능성이 있다”며 성장률 하향 조정을 공식적으로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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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이날 ‘세계의 큰 손’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도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성장률이 미약할 것이란 예상은 이미 있었다. 지난해 4분기 1.4%(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이 올 1분기에는 1%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섣불리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당장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선물시장에선 이달 FOMC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로(0)’로 예상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12월에 2006년 이후 처음 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제로금리에서 탈출했다. 당시 Fed는 ‘2016년에는 금리를 4차례 인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전망치가 절반으로 줄었다.

도이체방크는 Fed가 정치 이벤트에 발목 잡혀 올해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이 은행의 조지프 라보르냐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대선을 비롯한 주요 선거 일정과 FOMC 일정이 겹치는 탓”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그동안의 추세를 넘어서고, 세계 금융 시장이 안정됐다는 강력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섣불리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현옥·하남현 기자,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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