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을 주도한 인물이 이들을 관리하는 국가안전보위부(한국의 국가정보원) 요원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정부 당국자가 11일 전했다. 이 당국자는 “해외에 장기간 체류하는 북한 주민들은 항상 보위부원들의 통제를 받는다”며 “북한의 해외 식당에서 보위부원들은 통상 식당 지배인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지만 종업원들의 여권을 거둬 보관하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이런 보위부원이 탈북을 주도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류경식당 탈북 주도한 남자 지배인
보위부에서 파견한 요원으로 파악
김정은, 관련 라인 책임 물을 수도
대좌급 인물 탈북까지 공개되면서
김영철 통전부장도 문책 가능성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류경식당에는 책임자급과 지휘를 받는 보위부원이 있었을 것이다. 그중 하위급 보위부원이 탈북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위부원은 북한 주민들 중에서도 당성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며 “특히 해외에 파견하는 보위부원은 몇 차례 검증을 거쳐 탈북 우려가 없는 인물이 선발된다. 주변 간부들까지 보증을 서도록 돼 있어 이번 탈북으로 보위부 내에 파장이 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탈북이 김정은 시대의 실세로 떠오른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세대 김용호(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정은은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물질적 지원을 통해 충성심을 이끌어 내는 정책(co-optation)을 펴고 있다”며 “아무리 충성심이 강한 보위부원이라도 할당받은 현금을 상납하지 못할 경우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집단 탈북 사실이 대외에 알려지지 않고 보위부 차원에서 무마해 김정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면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남측 언론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김정은이 이번 탈북을 당연히 알게 됐을 것이고 김원홍에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2년 2월 보위부장에 오른 김원홍은 북한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정은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다. 지난해 말 김양건 전 통일전선부장의 교통사고 배후에 그가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이와 함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에 대한 문책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 초 통전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영철이 대남 공작을 총괄하던 인민군 정찰총국장을 맡고 있던 지난해 대좌(준장과 대령 사이)가 탈북해 한국에 왔다고 정부 당국이 밝혔기 때문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과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찰총국 대좌) 탈북 인사의 구체적 신원과 탈북 경위 등을 밝힐 순 없지만 이런 사실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