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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 “집단 탈출 왜 안 막나” 항의…중 “합법 여권 못 막는다” 일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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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닝보의 류경식당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한 중국 저장성 닝보의 류경식당 앞 거리를 10일 중국인들이 걷고 있다. 식당 벽에는 북한 인공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걸려 있다. 이 식당은 종업원들이 한국에 도착한 지난 7일 문을 닫았다. [닝보=신경진 특파원]

북한의 중국 주재 관원이 북한 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과 관련해 중국 당국에 항의했다고 10일 중국의 한 소식통이 밝혔다. 또 집단 탈북해 한국에 온 13명 외에 동료 종업원 몇 명이 제 3국에 머무르며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 주재관 “경비 허술 유감”
저장성 당국 “우린 책임 없어”
탈북 종업원 3~5명 더 있어
제3국 머무르며 한국행 대기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소식통은 “탈북 종업원들은 저장(浙江)성 소재 닝보(寧波)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했다”며 “한국 정부의 발표가 나온 뒤 북한 관원이 닝보를 관할하는 저장성 당국에 유감의 뜻을 밝혀 왔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관원은 중국 공안 계통의 경비가 허술해 북한 종업원들의 출국을 저지하지 못한 데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현지 당국은 이에 대해 ‘우리에겐 책임이 없다. 합법적인 여권을 소지한 사람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축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북한 관계자는 정식 외교 경로가 아닌 비공식 경로로 지방정부인 저장성 당국에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나 공식기구는 이번 탈북사건에 대해 대외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편 북한 사정에 밝은 정보 당국 관계자는 “북한 종업원들은 처음엔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의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몇 달 전 닝보 류경식당으로 옮겨 왔다”며 “닝보에서 먼저 동남아 제3국으로 갔다가 한국으로 귀순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또 “제3국에는 귀순을 기다리는 탈북자가 3~5명 더 있다”며 “정부가 13명의 탈북 소식을 조금 서둘러 공개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익명의 브리핑에서 “13명이 해당 식당 인원의 전부는 아니고 상당수인데 오지 않은 사람이 있고 그분들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그분들이 혹시 (한국으로) 오고 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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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닝보 류경식당의 중국인 직원에 따르면 북한 종업원들은 지난 5∼6일께 탈출을 감행했다. 중국인 직원은 9일 오전 본지와의 통화에서 “며칠 전부터 영업을 중단했는데 언제 다시 문을 열지 알 수 없다”며 “사나흘 전 종업원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13명이 중국을 벗어난 지 1∼2일 만인 7일 한국에 도착하는 ‘초스피드’ 탈북이 이뤄진 셈이다. 이와 관련, 중국 소식통은 “중국 현지 공안 당국이 내사 중인데 종업원들은 다른 탈북자들과 달리 북한 여권을 이용해 정상적으로 중국에서 출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김형구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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