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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보유 주식, 현 넥슨 대표 등 핵심 임원보다 많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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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l 2011년 상위 50명 주주 명단 분석
진씨, 일반인 두 번째로 주식 많아

윤리위 20개 질문 소명요구서 발송
박 대통령 귀국해야 사표수리 가능
법무부 “시효 지나 징계 수단 없어”
넥슨, 공식입장 아직 발표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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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左), 김정주(右)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민일영 전 대법관)가 6일 진경준(49·사법연수원 21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에게 소명요구서를 발송했다. 게임업체 넥슨의 비상장주식 거래로 10년 만에 120억원대 차익을 본 의혹 등과 관련해서다. 공직자윤리위는 진 본부장이 자진 신고한 재산을 근거로 재산 등록 및 재산 형성 과정의 문제를 조사할 계획이다.

소명요구서에는 진 본부장이 2005년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한 경위 등 20여 개 질문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재산등록 의무자는 20일 내에 재산에 대한 보완신고서 또는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검증 과정에서 필요시 공직자윤리위는 진 본부장에게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 불응 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금융 당국에 피조사자의 계좌 내역을 요청할 수도 있다. 윤리위 관계자는 이날 “진 본부장의 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가장 먼저 처리하겠다”며 “소명 내용이 오더라도 신고한 재산과 관련 자료를 철저히 분석해 필요하다면 더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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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윤리위가 본격 검증에 나선 건 주식 부당거래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넥슨 주식의 부당거래 의혹을 풀 열쇠를 쥐고 있는 진 본부장과 그에게 주식 매입을 권유한 대학 동창 박성준(48) 전 NXC 감사, 주식 거래의 전반적 과정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주(48) NXC 대표 등 핵심 당사자 3인이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 중 박씨는 2005년 진 본부장과 김상헌 대표에게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사라고 추천한 인물이다. 진 본부장의 주식 매입 경위를 밝힐 키맨(keyman)으로 지목된다.

여기다 2011년 말 넥슨이 일본 증시에 상장될 당시 넥슨에 투자한 일반인 가운데 진 본부장이 두 번째로 많은 주식을 보유했던 사실도 의혹을 증폭시킨다.

본지 확인 결과 넥슨이 2011년 12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공개한 ‘신규 상장 신청을 위한 유가증권보고서’에는 넥슨재팬의 상위권 주주 50명의 이름이 나와 있다. 전·현직 임직원 등 넥슨 관계자(24명), 일반인(15명), 지주사 및 자회사(3곳), 투자사(7곳), 공익재단(1곳)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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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진 본부장은 박씨, 김상헌(53) 네이버 대표, 이지연(여)씨 등과 함께 각각 85만3700주(지분율 0.23%)를 갖고 있다. 일반인 주주 15명 중 두 번째로 많다. 이들 4인 주주의 지분율은 넥슨 임직원 8명보다 높았다. 김미정(0.15%) NXC 이사나 조성원(0.14%) 당시 넥슨코리아 퍼블리싱 본부장, 박지원(0.12%) 당시 운영본부장보다도 많다. 박지원(39)씨는 현재 넥슨코리아의 대표다. 진 본부장이 넥슨의 핵심 임직원보다 많은 주식을 보유할 수 있었던 배경엔 서울대 86학번 동기인 김정주 대표의 배려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정주 대표가 보유한 차명주식을 진 본부장이 무상으로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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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대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넥슨도 공식 입장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등의 내용이 담긴 입장 발표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이미 알려진 진 본부장 등의 주식 구입 경로도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진 본부장의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검사장급 이상 공직자의 사표 수리는 현행법상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6일 귀국하면서 사표 수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사징계법상 징계시효(3년)가 오래전 지나 징계를 할 수 있는 근거도 수단도 없다”고 말했다.

문병주·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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