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공포감 심으려 아이들 잡아가 몇 달씩 구금"

중앙일보

입력 2016.04.07 01:58

업데이트 2016.04.0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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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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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예루살렘 인근 고속도로에 설치된 분리 장벽.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영토 대부분에 장벽을 치고 있다. [사진 팔레스타인정보센터]

가까이서 본 거주지역 분리 장벽은 높았다. 3~4m 높이의 콘크리트 벽은 최근 몇 년 사이 8~10m까지 높아졌다. 일부 장벽에는 전기 철조망도 설치되어 있었다. 벽이 높아지는 만큼 홀리랜드(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을 중립적으로 이르는 말)에 사는 두 민족 사이의 마음의 장벽도 높아지고 있었다. 지난달 18일~20일(현지시간) 월드비전(회장 양호승)과 함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찾았다.

정원엽 기자 서안지구를 가다
연 500~700명 강압 조사, 폭력 당해
“이제 군인 보기만 하면 도망부터”

전기·수도 통제, 우물도 못 파게
차별정책에 갈수록 갈등 깊어져

기자가 도착한 18일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에서는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청년을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흉기로 공격하려던 팔레스타인 청년을 제압한 이스라엘군이 땅에 쓰러진 청년에 총을 쏜 것이다. 이 사건은 영상으로 촬영돼 온라인에 공개됐고 관련기사가 현지 신문 1면에 났다. 현장에서 만난 팔레스타인인들은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스라엘군의 보안체크는 한층 까다로워졌다.

제닌 동북부 잘분 마을에서 만난 아드난 아브럽은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에도 정착촌을 확대하며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잘분 인근에도 분리 장벽으로 둘러싼 정착촌 세 곳이 건설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스라엘 정착촌 갈등이 고조되며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 30여 명이 사망했고, 팔레스타인 주민도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그는 “몇 주 전에는 아이가 5명인 팔레스타인 여성이 정착촌 주변에서 사망했다”며 “우물도 팔 수 없고, 전기·수도·통신 등 모든 생활에서 팔레스타인이 차별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정착촌 건설을 제네바 협정 위반으로 보고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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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팔레스타인 지역 내 요르단강 서안 제닌의 어린이 공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매년 어린이 500~700명이 이스라엘군에 구금된다. [제닌=정원엽 기자]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에서는 3G통신 사용이 금지되어 있고, 수도시설이 만들어지지 않아 집집마다 물탱크에 물을 비축해서 쓰고 있었다. 월드비전 예루살렘지부의 리드 아부즈리는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는 집을 찾는 건 쉽다. 지붕 위에 검은 물탱크가 있는 집을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검은 물탱크가 표식이 됐다는 말이다. 전기나 물 같은 기초 생활 인프라를 통제 당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은 삶의 기저부터 차별에 대한 분노를 쌓아가고 있었다.

또 다른 갈등은 올리브나무였다. 황무지에서 자라는 올리브나무는 이스라엘의 종교적 상징이자, 팔레스타인의 저항의 상징이다. 홀리랜드를 돌아다니는 내내 푸른 올리브나무가 보였다. 하지만 이·팔 분쟁은 올리브나무를 송두리째 뽑아내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시야가 확보되는 안전지대를 확보하고 정착촌을 건설하기 위해서다.

월드비전 제닌 사무소의 아샤라프 이샤이드 소장은 “지난 5년간 제닌 지역에서만 전체 올리브나무의 10분의 1가량인 34만 그루가 잘려나갔다”고 말했다. 올리브오일 등이 주수입원인 이들에겐 큰 타격이다. 그는 “잘려나간 올리브나무를 안고 우는 이들이 많다”며 “정착촌 건설로 몰수되는 토지와 불타버린 올리브나무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팔 분쟁이 우려되는 점은 50년 된(67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서안지구 등을 점령) 갈등이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아동구금 문제가 대표적이다. 제닌 아바드에서 만난 아메르(14)는 지난해 5월 이스라엘 항의시위를 구경하다 올리브나무 아래서 이스라엘 군인에게 붙잡혔다. 아메르는 “하얀 방에서 심문을 받고 박스처럼 좁은 공간에 구금돼 감옥으로 갔다”며 “알 수 없는 히브리어로 쓰인 진술서에 서명을 한 후 4개월간 감옥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아이들이 재판을 기다리며 수개월간 구금된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에 따르면 연간 500~700명의 아이들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구금된다. 이들은 군법의 적용을 받으며 재판을 받기까지 감옥에서 ‘교정’을 받는다. 4명 중 3명은 구금기간 동안 강압적인 조사나 폭력을 경험했다. 16세 때 이스라엘군에 구금된 적이 있다는 아메르의 아버지는 “아이들이 이스라엘에 대해 공포를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아메르는 “이제 군인을 보면 도망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메르의 삼촌도 시위전력으로 종신형을 언도받고 감옥에 있다. 만수르 알사디 제닌주 부주지사는 “한국도 일본 식민지를 겪으며 힘든 시간을 겪은 것을 알고 있다”며 “팔레스타인도 희망 잃지 않고 고난한 삶을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 월드비전 02-2078-7000.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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