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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지우는 발표왕이군” 교사가 학생부에 쓸 거리 만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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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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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2 이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할 때는 학생부 종합전형(줄여서 학종)이 중요해진다. 각 대학이 지난달 말 제출한 2018학년도 대입 계획에서 학종의 비중은 전체 모집 인원의 30% 수준. 하지만 상위권 학생이 선호하는 서울 소재 대학으로 갈수록 학종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늘어난다. 2018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의 학생부 종합전형 비중은 모집 인원의 78.5%다. 고려대(61.5%)도 2017학년도 대입(30.2%)에 비해 비중을 대폭 늘렸다. 서강대도 40.5%에서 55.4%로 확대한다. 성균관대 역시 특기자 전형을 폐지하고 정시·논술을 줄이면서 학생부 종합전형(49.6%)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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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은 학교 내 교과활동뿐 아니라 동아리·봉사·진로활동 등 ‘비교과활동’을 종합해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학종의 모태는 입학사정관 전형이다. 말 그대로 입학사정관이 학생 선발에 깊이 관여한다. 이들이 학생의 내신 성적뿐 아니라 학교 내 활동·체험, 학생의 태도와 잠재력 등을 보고 선발한다.

[꿈꾸는 목요일] 비중 커진 학생부 종합전형 공략법
수업시간 발표·토론 적극 나서야

학생부에 기록할 내용 충실해져
진로 정해 연관 교과·동아리 선정
고2 기간엔 활발한 활동 보여야

하지만 학종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막막해하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대다수다. 수능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모집이나 논술·특기자 전형에 비해 합격을 좌우하는 요소가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다. 학종을 둘러싼 궁금증을 풀기 위해 고교 진학 지도교사의 조언을 종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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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부터 충실해야=진학 지도교사들은 학종에 대한 가장 큰 오해로 ‘교과보다 비교과의 비중이 클 것’이란 인식을 꼽았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학종이 비교과활동을 반영하는 건 맞지만 학종에서도 제일 중요한 ‘스펙’은 학교생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교과활동”이라고 말했다. 학생부엔 숫자로 나타나는 내신, 수상 경력 등과 더불어 담임과 교과 교사들이 직접 기재하는 항목이 많다. 대학 입학사정관은 특히 학생부의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을 중시한다. 수업 내 토론·발표·수행평가 등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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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휘문고 교장은 “교사들은 주로 수업을 통해 학생을 관찰하고 판단한 뒤 학생부에 기록한다. 과제에 불성실하고 토론과 발표에 소극적인 학생은 쓰고 싶어도 쓸 거리가 없다”고 말했다. 안연근 잠실여고 진학부장도 “학원 공부를 위해 학교 과제를 미루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특히 지망하는 학과와 연관이 깊은 과목에서 열정과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체 생활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학생부의 ‘자율활동’은 리더십·인성을 판단하는 자료다. 꼭 학생회·학급 임원을 맡아야만 좋은 평가를 얻는 건 아니다. 신동원 교장은 “환경 미화 같은 궂은일에 솔선수범하고 평소 교사와 친구를 배려하면 담임이 긍정적으로 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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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과, 진로와 연계해야=학종에선 내신이 다른 지원자보다 1~2등급 뒤처지는 지원자가 합격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배영준 보성고 진학부장은 “이런 학생은 희망 학과에 연관된 교과활동이나 동아리 등 비교과활동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입학사정관은 ‘전공 적합성’을 중시한다. 대학 전공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관심, 사고력, 적극성을 뜻한다. 이 때문에 진로를 일찍 정하면 이에 맞춰 중점을 둘 교과목, 동아리, 진로 체험, 독서 방향을 정하는 데 좋다. 배영준 부장은 “상당수 학생·부모가 입학 후 한동안 진로를 정하지 못해 고민한다. 적성 검사, 자녀와의 대화 등을 통해 적성과 강점을 빨리 찾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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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의 ‘꽃’은 고2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평가이사는 “대학도 고3에선 정상적인 학교 활동이 어렵다는 점을 안다. 탐색기(고1)를 거쳐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고2를 주된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특목고·자사고에 비해 일반고는 진로와 연관된 동아리가 없는 곳도 있다. 그렇다고 포기하기보다 대안을 찾는 게 좋다. 배영준 부장은 “자신에게 적합한 동아리를 만들거나 방과후 학교에 원하는 심화 과목을 개설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다. 이런 노력 자체가 입학사정관에겐 매력적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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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나 각종 체험을 그저 나열하는 식이면 별 도움이 안 된다. 안연근 진학부장은 “어떤 동기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이를 통해 무엇이, 어떻게 발전했는지가 학생부나 자소서에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에 희망 진로가 바뀌었다고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안연근 부장은 “희망 진로를 바꾼 이유와 계기를 명확히 밝히면 된다”고 말했다.

◆ 소논문에 목매지 말라=입학사정관제 도입 초기엔 학교 밖 체험, 외부 수상 경력 등이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학종이 정착된 이후 학교 밖 활동은 인정받지 못한다. 신동원 교장은 “무작정 양만 채우는 식의 활동은 필요 없다. 차라리 양은 다소 적더라도 특정 분야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해 진정성을 인정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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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등 일부에서 소논문(Research & Education·R&E)이 대학 가는 데 갖춰야 할 필수 스펙으로 여겨지고 있다. 소논문이란 학생 여러 명이 연구 주제를 정해 공동으로 논문 한 편을 완성하는 활동을 뜻한다. 이에 대해 진학교사들은 “과도한 시간을 투자하는 대신 탐구보고서 등 다른 활동을 충실히 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려대 입학처는 설명회에서 “소논문의 반영 비율은 사실상 미미하다. 인정 대상도 학생의 자발적인 활동을 통해 학생부에 기록된 것에 국한된다”고 발표했다. 김혜남 교사는 “서울대도 최근 ‘소논문은 참고 사항일 뿐’이라고 밝혔다.당락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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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입학 전인 학생에겐 독서 습관을 기르라고 권했다. 안연근 부장은 “학종의 핵심인 진로 탐색, 학교 수업, 비교과활동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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