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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 춤추는 거리의 소녀 vs 천재 시나리오 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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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볼만해?

지금 영화관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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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틸 플라워` 스틸컷]

스틸 플라워

감독·각본 박석영 출연 정하담, 김태희, 유안, 박명훈, 최문수 촬영 박형익, 오태승 편집 조현주 미술·의상 여상은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83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4월 7일

줄거리 떠돌이 소녀 하담(정하담)은 부산의 밤거리를 홀로 헤맨다. 여행용 캐리어를 질질 끌고 돌아다니다 버려진 집에서 쪽잠을 청한다. 살아가기 위해 매일 필사적으로 일자리를 구하지만, 어딘가 다르고 조금은 이상해 보이는 여자에게 세상이 순순히 기회를 내어 줄 리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탭댄스에 마음을 빼앗긴 하담. 이제 그에게도 ‘춤추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생긴다.

별점 ★★★★ 이름은 정하담. 나이는 22세. 성별은 여자. 그리고 끝없는 물음표. 이것은 ‘스틸 플라워’에서 겨우겨우 찾아낸 하담을 이루는 조각들이다. 나이로 따지면 어엿한 어른이지만, 그는 아이처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다. 모든 것이 서툴고 어렵고 힘든데 하담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완벽하게 혼자인 삶. 대화 나눌 이가 없으니 말하는 법도 잊은 듯하고, 웃을 일이 없으니 미소 짓는 법도 까먹은 것 같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길 위의 소녀를 향한 호기심은 저절로 증폭된다. ‘도대체 어떤 사정이 있기에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까?’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은 끝내 찾을 수 없다. 이렇듯 ‘스틸 플라워’는 인물에 대한 많은 것이 생략된 영화다. 불친절하게 느껴질 만큼 아무런 단서도 꺼내 주지 않지만, 그렇기에 관객은 더더욱 하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카메라는 그저 주인공의 치열한 오늘만을 묵묵하게 비출 뿐이다. 소녀의 뒤를 쫓는 앵글은 하담이 보낸 하루처럼 거칠게 흔들린다. 박석영 감독은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리얼하게 담기 위해, 대부분의 장면을 핸드헬드(Handheld·카메라나 조명 장치를 손에 드는 촬영 방식) 기법으로 소화했다.

‘스틸 플라워’는 가출 청소년의 현실을 다룬 ‘들꽃’(2015)과 상반기 크랭크인을 앞둔 ‘재꽃’ 사이에 피어난 이야기다. 박석영 감독과 배우 정하담은 그들의 두 번째 영화를 아름답게 완성해 냈다.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대상과 독립스타상을 받았으며, 모로코·이탈리아 등 해외 영화제에서도 갈채가 쏟아졌다. 박석영 감독의 영화에서 정하담은 언제나 또 다른 정하담으로 살아 숨 쉰다. 이번에는 어떠한 풍파에도 꺾이지 않을 강철(Steel) 같은 꽃(Flower)이 되었다. ‘스틸 플라워’ 속 그의 연기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대사가 없으면 눈으로 말하고, 걸음걸이와 손짓으로도 감정을 전달한다. 특히 탭 슈즈를 신고 세찬 파도에 맞서는 엔딩 장면은, 가슴에 물보라를 일으킬 만큼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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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트럼보` 스틸컷]

트럼보

감독 제이 로치 출연 브라이언 크랜스턴, 다이안 레인, 헬렌 미렌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24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4월 7일

줄거리 195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명으로 ‘로마의 휴일’(1953, 윌리엄 와일러 감독) 각본상을 받은 작가 달튼 트럼보(브라이언 크랜스턴)의 이야기다. 할리우드에 반(反)공산주의 광풍이 불던 1940~50년대. 저임금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한 그는 작품 활동을 금지당하지만, 열한 개의 가명으로 작품을 써 나간다.


별점 ★★★★
히트 코미디 ‘미트 페어런츠’ 시리즈(2001~2005) ‘오스틴 파워’ 시리즈(1999~2002)의 제이 로치 감독답다. 실존했던 작가(1905~76)의 실화를 날카로운 풍자와 위트 있는 대사로 생생하게 되살려 냈다. 지금, 우리네 영화계의 시련과 어쩌면 이렇게도 닮았는지. 대작만 쓰던 트럼보와 동료들은 남몰래 B급 영화계에서 활약하며 작가 정신을 지켜 낸다. 그 과정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더욱 통쾌하고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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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독수리 에디` 스틸컷]

독수리 에디

감독 덱스터 플레처 출연 태런 에거튼, 휴 잭맨, 크리스토퍼 월켄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06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4월 7일

줄거리 에디(태런 에거튼)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꿈이다. 스키 점프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 에디. 무작정 독일 훈련장으로 떠난 그는 왕년에 천재 선수라 불렸던 브론슨(휴 잭맨)을 만나 코치가 되어 달라 조른다.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영국 선수 에디 에드워즈의 실화다.

별점 ★★★☆ ‘맨땅에 헤딩’은 이런 때 쓰는 말이다. 모두 비웃을 뿐인데 에디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점프대에 오르고 또 오른다. 그의 도전을 통해 영화는 말한다. 해 보고 싶은 일에 진지한 자세로 뛰어들어 즐겁게 최선을 다하는 건, 우리가 인생을 후지지 않게 사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스키 점프만의 짜릿한 희열을 관객이 체감할 수 있게 연출한 것도 이 작품을 더 아름답게 한다. 어수룩한 에디를 사랑스럽게 연기한 태런 에거튼에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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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라스트 홈` 스틸컷]

라스트 홈

감독 라민 바흐러니 출연 앤드류 가필드, 마이클 섀년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12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4월 7일

줄거리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살아온 청년 데니스 내쉬(앤드류 가필드). 그는 주택 대출금 연체로 인해 순식간에 홈리스로 전락한다. 함께 일하자는 부동산 브로커 릭 카버(마이클 섀넌)의 유혹에 넘어간 데니스는 빼앗긴 자에서 빼앗는 자로 변신한다.

별점 ★★★☆ ‘라스트 홈’은 ‘빅쇼트’(1월 21일 개봉, 아담 맥케이 감독)와 마찬가지로, 2008년 미국을 뒤흔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느낌은 판이하다. ‘빅 쇼트’가 사태의 발단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했다면, ‘라스트 홈’은 그 소용돌이에 휘말린 개인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고발한다. 쉽게 말해 ‘라스트 홈’은 ‘빅쇼트’에서 태생과 탐욕적 성향을 드러낸 ‘괴물’이 어떻게 당시 서민들의 삶을 짓밟았는지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 영화의 압권은 데니스와 그의 가족이 집에서 퇴거당하는 장면이다. 귀중품을 챙기는 시간은 단 2분밖에 주어지지 않으며, 이후에는 용역 일꾼들이 들이닥쳐 집 안의 가재도구를 내팽개치듯 정원에 쌓아 놓는다. 너무나 살벌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상황은 섬뜩하기 이를 데 없다.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현실이 펼쳐지는 가운데, 보는 이들의 뇌리엔 ‘만약 내가 저들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이라는 암울한 상상이 파고든다. 집은 한 가정의 소중한 보금자리이자 누군가에겐 삶의 전부이지만, 릭 같은 부동산 브로커들에겐 무더기로 사들여 차익을 내고 팔아 버리면 그만인 물건일 뿐이다. 그런 비인간적이고 탐욕스러운 비즈니스에 피해자 데니스를 끌어들인 릭은 그의 귀에 대고 악마처럼 속삭인다. “방주는 100명 중 한 명만이 타는 거야. 나머진 물밑으로 가라앉는 거지”라고. 방주의 좁은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절대 다수가 서로 물어뜯으며 아귀다툼을 벌이는 비정하고 삭막한 현실을 적확하게 은유하는 대사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이야기만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며, ‘냉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라는 씁쓸한 화두를 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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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스틸컷]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감독 에단 호크 출연 세이모어 번스타인, 에단 호크 장르 다큐멘터리 상영 시간 84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4월 7일

줄거리 에단 호크는 저녁 식사 초대 자리에서 우연히 천재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을 만나, 그에게 화려한 성공에 대한 회의와 아픈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이후 세이모어 번스타인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된 에단 호크는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로 결심한다.

별점 ★★★ 배우이자 각본가·감독인 에단 호크의 세 번째 연출작. 에단 호크는 배우로서의 고민과 더불어 삶에 대한 번스테인의 철학을 담아내며 예술과 인생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한다. 세이모어가 들려주는 인생 수업은 음악에 대해 잘 몰라도 감동적이고, 시끄러운 일상에서 만난 피아노 선율은 귀를 정화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전체적으로 구성이 단조로워 후반부에 몰입이 떨어지는 게 흠.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가 자장가로 들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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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날, 보러와요` 스틸컷]

날, 보러와요

감독 이철하 출연 강예원, 이상윤, 최진호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상영 시간 91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4월 7일

줄거리 유명 방송국 PD 남수(이상윤)는 프로그램 내용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는다. 한직으로 밀려난 남수는 우연히 화재로 폐쇄된 사설 정신 병동에 갇혔던 환자 수아(강예원)의 수첩을 발견하고, 대박을 터뜨려 재기하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추적한다. 수소문 끝에 수아를 만난 남수. 그는 수아에게서 과거 장 원장(최진호)이 운영하던 사설 정신 병원에 얽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별점 ★★☆ 실화를 모티브로 삼은 스릴러영화는 늘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속 사건이 언제든 내게도 닥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킨다. ‘날, 보러와요’는 어느 날 갑자기 사설 정신 병동에 강제 입원된 한 여성의 수난기를 통해 관객의 공포를 정조준한다. 영화는 남수가 사설 정신 병원 화재 사건의 전말을 취재하는 과정을 추리극 형식으로 그리되, 수아의 회상을 통해 1년 전 정신 병원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호러영화처럼 잔혹하게 재현한다. “난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수아의 절규는 최근 몇 년간 실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유사 사건들의 악몽을 되살리며 시시각각 관객의 숨통을 조인다.

아쉬운 건 수아가 회상하는 정신 병원 장면에 논리적 개연성과 사실적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비현실적인 공간과 과장된 캐릭터는 물론,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자극적인 장면까지 더해져 현실과는 동떨어진 호러 판타지 장르처럼 그려진다. 클라이맥스의 반전에 집중하느라 전체적인 긴장감을 조율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관객의 공포감은 점점 무뎌지다 불쾌감만 남는다. 결말의 기발한 반전이 짜릿한 전율을 안기기보다 찜찜한 기분을 남기는 건 당연한 결과다. 저마다 톤이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매 순간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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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고석희 정현목 나원정 임주리 이지영 기자 lee.youngju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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