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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동물권리 보호” 녹색당…청중 안 모여도 “1석만이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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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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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녹색당 이유진 후보(서울 동작갑?왼쪽)를 취재하는 대학생 박나연(오른쪽)씨와 양현준씨. 녹색당은 4·13 총선에 총 10명의 후보(지역구·비례대표 각각 5명)를 냈다. ‘비례 1석’이 총선 목표다.

“안녕하세요, 녹색당입니다!”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마치 우주인처럼 흰옷을 전신에 두르고 마스크를 쓴 녹색당원들이 공원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색다른 광경에 주민들은 가던 길을 멈췄다. 당원들은 이렇게 설명했다.

학생들이 본 군소정당 유세
정당득표 3% 돼야 비례대표 확보

“국회로 보내주면 나라 확 바꿀 것”
당원 8700명인데 토론 참가 막혀
방진복 입고 당 알리기 퍼포먼스

“오늘 미세먼지가 많아서, 방진복을 입고 당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어요. 이렇게라도 안 하면 우리 당을 어떻게 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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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녹색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2012년 창당했다. 독일 등 외국의 녹색당과 ‘글로벌 그린스(Global Greens·녹색당과 환경운동단체의 국제조직)’로 묶인 한 가족이다. 8700명의 당원을 지녔고 탈핵(脫核), 기본소득·안전한 먹거리 보장, 동물권(權) 보호 등의 정책을 내걸고 있다. 당원들이 낸 돈으로 선거자금 6억원도 마련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이 그들을 선거에 나서게 했다.

“많이도 안 바란데이. 300석 중 딱 한 석. 그 한 석이 우리나라를 완전히 바꿀끼요.”(당원·남준희·50)

서울 종로에 출마한 하승수 후보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서울 동작갑 이유진 후보를 장승배기 선거사무소에서 만났다. 이 후보는 녹색연합에서 환경운동을 해 온 에너지 전문가다. 녹색당 선거사무소는 달랐다. 지붕 위 태양광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고, 음식물쓰레기는 흙과 지렁이로 분해하고 있었다. 화려한 유세차 대신 매연이 없는 전기 차와 자전거로 유세를 다닌다고 설명했다.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 각각 5명의 지역구·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비례 1번 황윤 후보는 동물권을, 2번 이계삼 후보는 탈핵을 표방했다. 비례대표 한 석을 얻을 경우 두 후보가 2년씩 돌아가며 의정활동을 하기로 했다. 황 후보는 동물에 관한 영화를 찍어 온 감독이다. 공장식 축산동물 사육환경 개선, 동물실험 축소 등을 주장한다. 이계삼 후보는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을 해 온 전직 교사다.

녹색당이 비례의석 하나를 얻기 위해 달성해야 하는 정당득표율은 3%. 쉽지 않은 도전이다. 오후 5시, 이유진 후보가 성대시장으로 향했다. 본인 이름보다 ‘녹색당’이 더 크게 적힌 띠를 두르고 다녔다. “이유진입니다. 정당투표는 녹색당 부탁드립니다.” 그가 호소한 건 자신의 당선이 아니라 정당투표 3%였다. 하지만 정당투표제를 모르는 주민은 생각보다 많았다. “왜 15번(녹색당 정당투표 번호)을 찍어야 해?”라고 묻는 주민들을 설득하려면 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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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이날 오전 열린 지역의 방송 토론회에도 참가하지 못했다며 허탈해했다. 현행 선거법은 군소정당 후보자의 토론회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기탁금(1500만원)도 똑같이 냈는데, 너무 차별이 심합니다. 당을 알려야 하는데….”

해가 저문 뒤 시장 한 귀퉁이에서 이 후보가 연설을 시작했다. 듣는 사람이 없어도 그는 외쳤다. “여러분과 같은 고민을 하는 정당을 국회로 보내주십시오!” 녹색당의 고민이 아직은 유권자들이 공감하기에 너무 멀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생명’을 말하는 국회의원이 한 명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서울대 인류학과 3년 박나연·정치외교학부 3년 양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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