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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준장이지 말입니다” 군 장성 사칭 억대 사기범 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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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준장입니다. 합동참모본부 작전 전략부에서 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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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인터넷 한 여행카페 회원인 이모(52ㆍ여)씨와 김모(54ㆍ여)씨는 국방부 간부를 자처하는 남성 회원과 가까워졌습니다. 이 남성은 군복을 입고 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메신저로 보냈고 ‘육군사관학교 40기’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육군사관학교의 커플링 반지와 학교 이름이 새겨진 거울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 거짓이었습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군 장성을 사칭해 피해자 2명으로부터 1억여원을 받아 챙긴 손모(54)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손씨는 “소장으로 진급하기 위해 로비 자금이 필요하다”며 “지인이 이사로 있는 대형 백화점의 식당 운영권을 줄테니 돈을 빌려달라”고 피해자들을 속였습니다. 이 말에 속은 이씨와 김씨는 각각 7000만원과 3000만원을 내놓았습니다.

손씨는 치밀하게 피해자들을 속였습니다. 국방부 주최 땅굴 견학에 함께 참가하고 민통선 부근의 콘도에 머물며 “근처에 내 근무처가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위조된 육군 준장 신분증을 보여주고 각종 기념품을 선물하자 피해자들은 경계를 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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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손씨는 직업군인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용직 노동자였습니다. 손씨는 대출자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손씨가 사칭행위를 들키지 않기 위해 군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여성 회원들을 노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조사에서 손씨는 “육군 군복은 용산에서 구입했고 계급장과 육사 관련 물건들은 종로의 암시장을 통해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손씨의 범행은 수상함을 느낀 피해자 이씨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손씨가 사용한 가명의 육군 준장이 실제로 군에 있는지 알아봤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씨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김씨도 찾아냈습니다. 피해자들은 노후자금과 함께 대출까지 받아 손씨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손씨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만큼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통화내역과 계좌를 분석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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