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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 시험 없이 수행으로 성적 가능…고교는 현행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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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올해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전체 과목에서 중간·기말고사 등 지필평가를 보지 않고 수행평가로만 교과 성적을 매길 수 있다. 이에 비해 고교는 현행 방식처럼 체육 등 실기 위주 교과에서만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매길 수 있다. 지필평가란 학생이 시험지에 사지선다형 문항의 답을 쓰거나 서술형 문항의 답을 써서 제출하면 교사가 이를 채점해 성적에 반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에 비해 수행평가는 수업 중 발표나 토론 참여 정도, 과제 제출 등으로 학습 과정 전체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시행 과목은 각 학교서 결정
고교선 체육 등 실기 과목에 적용

교총 "준비 미흡해 부담 커질 것"
공정성 기준 정하기도 어려울 듯

교육부는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해 4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본지 3월 3일자 14면>

개정 지침에 따라 초·중학교는 과목 특성에 따라 지필평가 없이 수행평가만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어떤 과목을 대상으로 할지는 각 학교에서 결정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닌 학생의 참여가 중심이 되는 수업을 하려면 수행평가를 확대해야 한다. 초등학교는 지금도 거의 수행평가로 평가를 하고 있으며 중학교는 예체능 과목부터 점진적으로 수행평가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초·중학교에서 지필평가 의무 반영이 없어지게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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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개정 지침에 대해 전국 시·도교육감이 환영하고 있어 초·중학교에서는 수행평가 위주로 평가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내의 한 중학교 교장은 “교육부 지침에 근거해 서울시교육청도 최근 수행평가를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교육청은 권고라고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반드시 따라야 할 것처럼 인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3일 수행평가 비중을 과목별로 45% 이상으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정해 일선 학교에 배포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수행평가를 30% 이상으로 늘리고 체육과 예술교과는 수행평가로만 평가하는 내용의 지침을 정하고 4일부터 교원 연수를 시작했다.

다만 고교의 경우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를 병행하는 현행 방식이 유지된다. 국어·영어·수학 등의 과목은 지필평가를 위주로 하되 수행평가를 일부 반영한다. 특성화고(옛 실업계고교)에서 배우는 공업·상업 등 실기과목이나 체육·예술 등 실기 위주 과목은 예외적으로 수행평가만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강성철 교육부 교육과정운영과장은 “고교는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학교의 평가 방식을 바꾸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전반적인 입시제도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 등을 반영해 고등학교는 현행 지침대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초·중학교를 중심으로 수행평가가 확대됨에 따라 평가의 공정성 등의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교사의 평가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고등학교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도록 한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수행평가 확대에 대해 학교 현장의 준비가 미흡하다. 교사와 학생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총이 교원 9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중·고교 교사 61%가 수행평가 확대에 반대했으며 수행평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공정한 기준 수립의 어려움’을 손꼽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 공정성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우수한 수행평가 방식을 학교에 보급하고 교원 대상 연수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이번 개정 지침에 따라 올해부터 모든 중학교가 시행해야 하는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성적 표기 방식도 달라진다. 우선 점수나 등수 등이 없어진다. A~E로 표기됐던 과목별 성취도도 P(통과·Pass)로 표기된다. 대신 교사는 학생별로 ‘자유학기 활동 상황’란에 간략한 문장으로 평가 결과를 적는다.

남윤서·백민경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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